"굴뚝주는 잊어줘" 국가대표 보일러, 경동나비엔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18.02.05 04:30

[종목대해부]중국 가스보일러 수출로 활짝 열린 성장판…가치주에서 성장주로 변신

굴뚝기업으로 유명한 경동나비엔이 수출 성장기업으로 변신하며 주식시장에서 재평가 랠리를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으로 보일러 수출에 날개를 달고 2019년까지 매출 성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경동나비엔은 1973년 설립, 1993년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가스보일러, 기름보일러, 가스온수기, 온수매트 등을 생산·판매한다. 국내 대표 보일러 회사로 실적이 부동산 경기와 밀접한 관계(신규 분양 아파트에서 보일러 수요 발생)를 맺고 있어, 실적 부침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오래전에 포화상태로 진입해 경동나비엔은 증시에서 장기간 '가치주'에 머물렀다.

그랬던 경동나비엔은 지난해부터 친환경 보일러 수출로 성장 물꼬를 텄다. 중국 시장에서 가스보일러 수출이 급증하고 국내에서도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 콘덴싱 보일러 교체 수요가 늘어 매출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수출 비중이 내수 비중을 앞지르면서 성장판이 활짝 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폭발하는 中 매출…사드 극복한 가스보일러=경동나비엔의 2017년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82.5% 증가한 132억원, 당기순이익은 173.2% 늘어난 107억원의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중국 가스보일러 매출액이 2.4배 증가한 덕분이었다.

중국 정부는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자 석탄을 활용한 중앙집중난방 방식을 가스보일러로 바꾸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161만대 규모였던 중국 가스보일러 시장은 2017년 400만대로 급성장했다.

중국 가계의 석탄 보일러는 빠른 속도로 가스보일러와 전기보일러로 전환되고 있으며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450만 가구의 교체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덕분에 국내 보일러 업체의 중국 보일러 수출 증가율은 2017년 80%에 육박했다. 지난해 경동나비엔 중국 가스보일러 판매량의 70%도 석탄개조사업에 따른 교체 수요에서 발생했다.

특히 경동나비엔은 중국에서 가스보일러 수요가 급증하자 물량 지연 없이 국내 공장을 최대로 가동, 납품에 성공해 현지에서 좋은 반응까지 이끌어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생산능력 확대로 경동나비엔의 가스보일러 중국 판매량이 2016년 5만대에서 2017년 10만대, 2018년 15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올해 중국 매출은 전년대비 44.7% 증가하고 2019년에도 추가로 58.9%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까지 중국 정부가 가스보일러 전환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어 경동나비엔의 중국 성장은 매우 가시적이라는 평가다. 경동나비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도 현재 14%에서 2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콘덴서 보일러가 뭔가요?=내수 굴뚝기업으로 유명한 경동나비엔은 이미 수출기업으로 변모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경동나비엔 매출은 북미 34%, 중국 14%, 러시아 8% 등으로 해외 비중이 60%에 달했다. 전통적인 내수산업인 보일러 산업의 틀을 깨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수출 기업이 된 것이다.


경동나비엔을 수출기업으로 만들어준 핵심 기술은 콘덴싱이다. 콘덴싱이란 보일러가 작동할 때 발생되는 열을 밖으로 배출하지 않고 다시 사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친환경 기술을 말한다.

콘덴싱 보일러는 열을 한 번만 사용하고 밖으로 배출하는 일반 보일러와 달리 재활용하기 때문에 연통 온도가 일반 보일러 대비 75도 낮고, 내려간 75도 만큼의 열을 다시 난방에 사용해 열효율을 높이고 가스비는 절감할 수 있다. 또 미세먼지의 주원인인 질소산화물과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낮췄다.

경동나비엔 콘덴싱 보일러의 핵심 부품인 스테인리스 열 교환기는 국내 최초로 유럽 수출에 성공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1988년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 보일러를 개발한 후, 국내 보일러 시장 점유율 1위(35%)를 지켜왔다. 일반 보일러의 에너지 효율은 80% 초반이지만 콘덴싱 보일러는 91% 이상이며 경동나비엔의 콘덴싱 보일러는 98.8%에 달해, 열효율 1위 콘덴싱 보일러 기업이다.

국내 보일러 시장이 포화상태라지만 본격적인 교체주기 도래로 내수 수요도 꾸준할 전망이다. 보일러 교체 주기는 보통 7~10년으로, 2000년 초중반 설치된 약 100만대의 교체수요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시작했다.

◇보일러는 굴뚝주? 이제는 고성장주=콘덴싱 보일러 성장을 필두로 경동나비엔의 이익 체력도 강해졌다. 2014년 13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5년 242억원, 2016년 458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2017년에는 4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2018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629억원이다. 실적 흐름상 2015년부터 성장주 반열에 들어섰으며 이 같은 추세가 적어도 2019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015년, 2016년 영업이익 성장률은 각각 79.9%, 89.4%를 기록했다. 4%대에 불과하던 영업이익률도 2016년 7.86%로 올라섰고 2017년에도 7%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ROE(자기자본이익률)도 2014년 4.92%에서 2015년 8.48%, 2016년 16.79%로 올라섰고 2017년에도 15%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2017년 3분기까지 5년 EPS(주당순이익) 연평균 성장률은 44.57%에 달한다. 저성장 굴뚝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완연한 성장주가 된 것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가스보일러 인프라 확충으로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기대되는 시점"이라며 "국내 기업 중 수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꾸준함을 바탕으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투자 리스크로는 중국 현지 기업들의 거센 도전이 거론된다. 다만 중국 업체가 생산한 보일러에 기술적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경동나비엔의 중국 시장 잠식에 문제가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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