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화재, 밀양 참사와 달랐다 '극과 극'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최동수 기자, 김영상 기자 | 2018.02.03 15:17

(종합3)안전시설 정상 작동+규정 지킨 병원=인명피해 '0'…"평소 훈련한대로" 대피

3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건물 앞에 소방차 등이 대기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신촌 세브란스병원 화재는 밀양 참사와 달랐다. 기본수칙을 지키고 안전규정을 따른 병원과 발 빠른 소방당국의 대처로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뻔한 화재를 초기에 막을 수 있었다.

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오전 7시57분쯤 발생한 화재는 2시간여가 지난 오전 9시59분쯤 모두 진화됐다.

이날 병원에서는 약 300명의 입원환자가 대피한 가운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불과 1주일 전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 40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총 19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대조적이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로는 방화구획·제연설비가 잘 갖춰졌고 방화벽 등 안전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점 등이 꼽힌다.

다행히 이날 발생한 화재 자체가 크지 않았던 점, 본관의 구조도 아케이드형으로 불길이 번지기 어려운 구조였던 점 등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제연설비가 잘 갖춰져 있었다. 이날 불은 병원 본관 건물 3층의 푸드코트 내 피자 화덕에서 발생했다. 화덕에서 발생한 불길은 천장 안에 있는 덕트(환기용 관로)를 타고 본관 밖으로 빠져나가 건물 간 연결 복도의 천장을 태웠다.

하지만 연결 복도에서 본관으로 들어오는 출입구가 2중으로 닫혀있어 복도에서 발생한 연기가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했다. 일종의 방화문 역할을 한 셈이다. 밀양 참사의 경우 화재가 발생한 1층에 아예 방화문이 없어 연기가 빠르게 확산됐다.

소방 관계자는 "출입문이 열려 있었다면 복도에서 발생한 연기가 다시 건물 내부로 들어가 피해가 커질 수 있었다"며 "아케이드형 구조로 불이 번지기 어려운 데다가 병원 직원들이 길목마다 잘 지키고 있어 피해가 적었다"고 말했다.

건물 3층 복도와 현관의 스프링클러도 정상적으로 작동해 초기 화재 진압에 도움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밀양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대상에서 빠져 있어 피해를 키웠다.

3일 오전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 건물에서 불이 나 약 2시간 만에 진화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새까맣게 타버린 화재현장을 살피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병원 내부의 방화벽은 화재 발생 즉시 내려와 화재로 발생한 연기가 위층으로 확산하지 못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로 발생한 연기는 바로 위층인 4층에 일부 스며들었으나 그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본관 7층부터 외래 진료실과 병실이 있어 연기가 올라갔으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소방당국과 병원 측의 신속한 대처도 피해를 최소화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 신고를 받은 지 3분 만인 오전 8시2분 현장에 도착해 초기 대응에 착수했다. 이후 10분 만인 8시12분 소방대응 1단계(인접 소방서 인력·장비 동원)를 발령해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다.

병원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경비인력, 간호사 등을 동원해 즉각적으로 200여명의 인원을 대피시켰다. 이후 소방에서도 100여명을 대피시켜 총 300여명이 화재 현장에서 안전지대로 피신할 수 있었다. 병원 측은 매년 서대문구청의 지휘에 따라 소방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환자 김모씨(57)는 "3층에 연기가 조금 떠다니고 냄새가 많이 났는데 불길은 보지 못했다"며 "(병원 측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환자들은 대피하라고 안내해서 일부는 밖으로 나가고 옥상으로도 올라가는 등 잘 대처했다"고 말했다.

이날 병원에 있던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도 세브란스 측의 대처를 칭찬했다. 최근 뇌종양 수술을 받은 박 의원의 부인은 현재 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방관이 신속한 출동으로 피신을 안내하고 계단을 못 오르시는 환자는 소방관들이 업어서 피신시키고, 간호사와 병원 직원들이 담요 등 침구를 가져와 환자들을 돌봤다"며 "화재가 진압됐으나 연기를 빼내는 작업 중이니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등 소방관과 병원 의사, 간호사 직원들이 100% 완전하게 대처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날 화재 피해가 거의 없었던 배경에는 잘 갖춰진 시설과 소방당국·병원의 체계적 대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기나 화염이 인접된 층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층들이 구분돼 있어서 환자가 있었던 곳으로 빠르게 확대되지 않았다"며 "근접한 층부터 대피시키는 등 체계적으로 대피가 잘 이뤄져서 인명피해 없이 잘 구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한 3층에서 인명피해가 없었다"며 "불이나 연기가 상층부로 번지지 못하도록 방화구획이 돼 있고, 실내에 있는 연기를 건물 밖으로 신속히 빼낼 수 있는 설비가 잘 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소방당국과 경찰은 이날 화재가 밀양 세종병원과 마찬가지로 전기 합선 등 전기적 설비 문제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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