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변화의 제1 조건은?…“새로운 생각 찾지말고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야”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8.02.03 06:36

[따끈따끈 새책] ‘각성의 순간’…사람은 어떤 계기로 바뀌는가

마거릿 대처는 이류 국가로 전락했다는 위기감에서 출현한 영국 수상이었다. 그녀는 ‘강력한 대영제국의 부활’이라는 단순하고 강력한 비전을 제시하며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그녀의 정치는 간단하고 명료했다. 자신을 따르는 편과 따르지 않는 편을 확실히 갈라 자신의 원칙을 흔들림 없이 고수했다.

그녀의 주장에 호불호는 있었으나, 신뢰감이 떨어진 건 아니었다. 가난한 식료품 가게 딸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자수성가한 삶에서 느껴진 신뢰감은 그녀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은 마거릿 대처와 대조되는 능력의 소유자였다. 우리 편, 상대편을 가르지 않는 친화력은 그의 가장 큰 정치적 무기였다. 클린턴은 이 친화력이 정치적 수사나 연기가 아님을 현장에서 곧잘 증명해 보였다. 청중이 필요로 하는 것과 청중에게 해야 할 말을 알아채서 그들을 만족 시키는 데 목표를 두며 거의 모든 사안에서 자신과 타자를 동일화하기 일쑤였다.

마음이 다른 이들이 ‘성공’이라는 공통분모를 얻게 된 데에는 어떤 특징이 작용했을까.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 하워드 가드너는 두 가지를 꼽는다. ‘단순하고 강력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는 ‘정치인의 삶’이 그것이다.

공화당을 이끈 미국 하원의장이었던 뉴트 깅그리치가 대처처럼 분열을 초래하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에도 실패한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삶 속에서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린턴과 르윈스키 스캔들을 비난하는 그 순간, 그는 보좌관과 불륜 관계가 들통 나 신뢰를 잃었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사실이 변할 때 마음을 변화시킨다고 자신을 규정하면서 사람들이 마음을 변화시키는 어려움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실용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지적 영향도 받지 않았다고 믿지만 보통 어떤 소멸한 경제학자의 노예일 경우가 허다하다. 어려움은 새로운 생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우리들처럼 성장한 사람들에게는 낡은 생각들이 마음 구석구석에 그물눈처럼 퍼져있다.”

저자는 케인즈의 설명을 확장해 마음 변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3가지를 내세운다. 태어나서 후천적으로 얻게 되는 경험의 소산인 ‘웨트웨어’(wetware), 인공지능처럼 연산과 정보체계로 다져진 설계된 시스템의 ‘드라이웨어’(dryware), 신뢰와 도덕성을 앞세운 ‘굿웨어’(goodware)가 그 주인공. 이중 신뢰는 사람들의 마음 변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개인은 조직의 문화가 평등한가 위계적인가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또 조직 문화가 동종의 조직들을 죽여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지, 잠재적 협력자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동료 조직을 완전히 무시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런 매개변수로 조직이 변한다면 구성원들은 명시적 언급이 없고 새로운 명령이 없어도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마음의 변화는 그래서 △대부분 오랜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나고 △마음의 변화를 의식하는 것은 대개 순간적이며 대개 마음의 변화가 그런 의식을 선행하며 △사람들은 이전의 사고방식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마음의 변화가 진정한 통합을 이뤘을 때에는 이전의 마음처럼 확고해진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대처가 10년에 이르는 집권 말기에 고집과 오만에서 벗어났다면, 클린턴이 대중으로부터 얻은 애정을 자신의 강력한 주장으로 승화시켰다면 통합으로 세운 성공의 길은 계속됐을지 모른다.

몬산토의 CEO였던 로버트 샤피로는 뛰어난 이성에 내부의 강력한 지지까지 받았지만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을 간과하는 바람에 새로운 시도는 실패했다. 반면, 거대한 공룡으로 도태되고 있던 세계적인 석유업체 BP는 데이비드 사이먼과 존 브라운의 혁신을 통해 최고의 기업으로 부활했다.

존 브라운은 권위적 기업 구조와 문화를 타파하고 변화에 대한 저항을 파악한 뒤 구성원 간 유대 강화라는 극복 방안을 제시해 조직원들의 공명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원유공급처를 빼앗기는 사건을 통해 마음 변화를 강화하고 안착시켰다.

하버드대학의 로런스 서머스 총장과 코넬 웨스트 교수는 섣부르게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로 서로 상처를 안겼다. 미국 대통령이자 돈독한 친구였던 존 애덤스와 토마스 제퍼슨은 최악의 숙적에서 극적인 화해를 통한 친밀한 관계로 다시 거듭났다. 마음의 변화는 차이를 인정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저자는 “다양한 마음의 영역 중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내 자신의 변화’이며 그것은 곧 각성의 시작이기도 하다”며 “자기중심주의를 피해 상대방의 정신과 주파수를 맞추는 ‘공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성의 순간=하워드 가드너 지음. 김한영 옮김. 사회평론 펴냄. 366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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