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사랑한 두 노학자의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충고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 2018.02.03 08:15

[따끈따끈 새책] '지구의 절반', '생명의 이름'



'삼한사미'의 계절이다. 일주일 중 3일은 한파 때문에, 4일은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겨울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겨울은 일주일 중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한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계절이었다. 기술 고도화로 우리 생활 방식은 편리해졌지만, 마스크 없이는 밖에 나가기 무서울 정도로 오염된 자연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이는 몇이나 될까.

자연 속을 거닐며 현장 연구를 이어온 생물학계의 두 노학자의 저서들을 읽어보면 인간 외의 생명에 관심을 기울일 '의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생을 각각 개미와 달팽이 연구에 심취해온 에드워드 윌슨과 권오길이 그 주인공이다. 각자의 저서 '지구의 절반'과 '생명의 이름'은 제목은 다르지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귀함과 지속 가능한 공존을 당부하는 메시지는 같다.

'지구의 절반'의 저자는 사회 생물학의 창시자이자 퓰리처 상 2회 수상자다.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통섭을 제창한 인물. 저자는 책 제목 그대로 "지구의 절반을 자연에게 양보하라" 말한다. 자기 이해를 통해 인간 본성 안의 생명 사랑을 발견하고 이를 근거로 생명 터전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아직 현대 과학이 지구에 있는 생명체가 얼마나 다양한지 다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존에 연구된 생명들이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는 현실, 곧 여섯번째 대멸종이 임박해 있음을 일깨운다. 그리고 그 원인은 전적으로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환경 파괴에도 불구하고 문제 의식조차 갖지 않는 세계관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보전 운동을 지속함으로서 멸종을 일시적으로 둔화시키고는 있지만 중단시키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 자연보호구역의 면적이 지표면의 절반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노력만이 '여섯 번째 멸종'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생명의 이름'은 저마다의 이름과 사연을 간직한 채 자연을 채우고 있는, 인간과 이 땅을 함께 살아온 생물들의 이야기를 묶었다. 세상에는 '이름 모를 풀'이 없음을, 아주 작은 생명에도 다 나름의 이유와 사연이 있는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작 '생명 교향곡'이 봄, 여름, 가을 , 겨울을 따라 펼쳐지는 생물들의 생태 이야기를 그린 책이라면 '생명의 이름'은 생명과 우리 사이를 잇는 이름에 주목했다.

책은 정지용의 시 '향수'를 따라 산과 들, 바다에 있는 생물들을 차례로 따라간다. '돼지감자가 세상을 바꾼다', '그령(한국에 흔한 여러해살이풀)처럼 억세게', '잠자리의 결혼비행' 등 소제목들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어려운 과학책 보다는 서정적인 에세이에 더 가깝다. 생물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어린 기록인 동시에 그 생물들을 탐구한 우리말 자체를 파고든 저자의 아름다운 수필이다.

◇지구의 절반=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344쪽 /1만9500원

◇생명의 이름=권오길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304쪽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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