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12년간 조건 없이 월급을 드립니다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 2018.01.30 05:27
케냐의 시골 마을 40곳 주민들은 조건 없이 12년간 매달 2280실링(약 2만4000원)을 받는다. 액수는 이 지역 웬만한 사람들의 생활비보다 많은 것이다. 다른 80곳 마을은 같은 액수를 2년 동안만 받는다.

비영리 자선단체 기브디렉틀리(Give Directly)는 지난해 11월부터 이 같은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르는 이 실험에 50만달러(약 5억3000만원)를 기부했고, 한 비트코인 부자가 만든 파인애플펀드는 지난해 말 500만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이 단체에 기부했다.

기브디렉틀리는 조건 없는 월급을 받는 두 그룹과 돈을 받지 않는 다른 100개 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비교해 분석할 예정이다. 과연 기본소득이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인지, 아니면 이들을 더 게으르게 할 것인지, 마약 등에 손을 대게 할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 단체는 이보다 1년 먼저 다른 마을 주민 95명에 대해서도 같은 실험을 진행 중이다. 14개월이 지난 지금 우유 하나 사기 힘들었던 30세 청년은 가족을 위해 가구를 샀다. 75세 노인은 자녀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타지에서 살던 한 가장은 월급이 조금 적은 회사로 옮기고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장기간의 안정적 소득이 생기자 저축, 아이 교육, 사업준비 같은 미래를 향한 계획을 세우는 주민이 많아졌다.

기브디렉틀리가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11월 공개한 중간보고에 따르면 67% 사람들은 이전처럼 일을 하겠다는 반응을, 25%는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특정한 곳의 짧은 기간의 결과를 가지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블록체인, AI(인공지능) 같은 미래 기술뿐 아니라 다가올 사회문제와 관련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한쪽에서는 막대한 비용 문제와 사람들의 근로 의욕을 줄일 가능성을 지적했고, 다른 쪽에서는 기본소득이 AI 등으로 인한 실직에 대한 대안이며 의료비나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격차는 세계경제포럼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화두이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포럼 개막 하루 전 "2017년 늘어난 부의 82%를 1% 부자들이 가져갔고, 인구의 절반은 재산이 늘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수치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이미 경제적 양극화는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문제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온 실리콘밸리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다.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서 우리도 다가올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대안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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