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산업'에서 '감독'으로 옮겨간 금융정책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18.02.02 03:26

['인가장벽'에 막힌 자본시장]금융당국, 산업정책으로 금융감독 소홀 비판에 '정책동력' 떨어져

윤석현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위 최종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당국이 그동안 추진해 왔던 금융정책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초대형 IB 사업의 핵심인 발행어음 인가는 한국투자증권 1곳 외에는 진전이 없고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 인가하겠다던 계획도 중단됐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해 왔지만 국회에 막혀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인가는커녕 이미 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자본금 확충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들 정책이 휘청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정책의 무게중심이 '금융산업진흥'에서 '금융감독강화'로 옮겨갔기 때문이라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초대형 IB와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당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대표적인 금융산업정책이다.

정책의 무게추 이동은 문재인 정부의 금융에 대한 철학과도 맞닿아 있지만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금융혁신위)'였다. 금융위원회가 새 정부 출범 후 금융혁신을 위해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해 4개월여간 운영했던 금융혁신위는 그동안의 금융정책이 금융산업진흥에 초점을 맞춰 금융감독업무가 소홀해졌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 내에서 '기승전-감독'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 금융혁신위는 금융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금융혁신위는 특히 금융당국이 케이뱅크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내준 과정이 잘못됐다고 '직격'했다. 이는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자본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금융위가 유권해석을 통해 특혜를 줬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과 결합되면서 논란을 일으켰고 금융혁신위의 존재감을 급상승시켰다.


금융혁신위는 한걸음 더 나아가 케이뱅크에 대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초대형 IB 인가, 보험권 자본건전성 확보 지연 등을 금융산업진흥정책이나 경기부양정책 등이 금융감독행정보다 중시된 대표적 사례로 명시했다. 그리고 '금융산업진흥정책에 대한 금융감독의 견제를 강화하라'는 내용을 지난해 12월 발표한 최종 권고안에 담았다.

금융당국도 '정책의 일관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혁신위의 권고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권고안 발표 후 은산분리 완화 철회, 초대형 IB에 대한 금융감독강화 등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낸 이유다. 최 위원장은 "은산분리 완화는 국회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 "초대형 IB를 신청한 증권사들이 모두 인가를 받아도 전체 상업은행 기업금융의 4~5%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시장의 자율과 정부의 개입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정책방향, 금융혁신위의 권고 등으로 인해 과거보다 금융산업 정책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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