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업 전력사용 줄여라" 정부 '급전지시' 폐지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 2018.01.29 03:20

정부, 감축필요량 공고→기업 입찰 '자율시장형' 전환 검토… "감축여부 및 감축량 기업이 스스로 판단"


정부가 기업들에 전력 사용을 줄이도록 요구하는 ‘급전지시(수요감축 요청)’를 폐지한다. 앞으로는 이상기온 등으로 전력수요 감축이 필요할 때 정부가 수요감축량을 사전에 공고하고 기업들이 상황에 맞춰 감축 여부를 결정해 입찰하는 ‘자율시장형 수요자원(DR·Demand Respone) 거래제도’(가칭)로 전환된다. DR제도의 효율·효과성은 높이되 탈원전정책 연관성 등 부정적 시선을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28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DR제도를 입찰방식으로 운영하는 자율시장형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의 DR제도는 폭염과 한파 등 기상이변이나 다른 요인으로 전력수요가 높아질 때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기업들에 전력사용을 줄이는 것을 요청하는 구조다. 기업들은 전력수요를 감축한 만큼 정부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받는다.

현재 국내에는 20개 DR전문기업이 삼성전자, 현대차 등 3580개 기업의 총 4271㎿의 수요자원을 등록한 상태다. 한국형 신형원전(APR1400) 3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예를 들어 한파로 오늘과 내일 오전 9시~11시 각각 2000㎿h의 전력수요 감축이 필요하다면 오늘은 1그룹, 내일은 2그룹에 각각 수요감축을 요구하는 식이다.

DR제도는 기록적인 늦더위로 2011년 발생한 ‘9·15 정전사태’와 같은 비상사태를 막기 위해 2014년 11월 도입됐다. 평소에는 예비전력이 충분하다가 특정시간 때 최대전력수요(피크)가 급증하는 국내 전력소비 형태를 고려할 때 발전소를 더 짓는 것보다 하루 1~2시간에 불과한 최대전력수요를 줄이는 게 사회적으로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도입 이후 2016년까지는 3번에 발동됐는데 이번 겨울에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지난 26일까지 44일간 8차례나 발령됐다. 8차례 23시간의 급전지시에는 1만4951개 기업(중복 참여)이 총 3만9916㎿h의 전력을 절약했다. 8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다만 DR제도 참여기업 일부에서는 ‘급전지시가 너무 빈번해 공장가동에 차질을 겪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자율적으로 DR제도에 등록했더라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요감축을 요구하면 거절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DR제도가 자율시장형으로 변경되면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전망이다. 정부가 필요량을 공고하면 기업들이 인센티브 등을 고려해 참여 여부 및 참여량을 스스로 결정해 입찰하고 정부가 경제성과 이행률 등을 반영해 낙찰하는 형태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DR제도 변경을 위해서는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 등이 필요한데 이르면 올 여름 혹서기에는 새로운 제도가 적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제도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고 보다 효율·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내용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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