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의원은 26일 오전 10시20분쯤 구급차를 타고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강추위를 막기 위해 이 전 의원은 귀까지 덮는 회색 모자와 목도리, 검은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차림으로 부축을 받으며 구급차에서 내렸다.
이 전 의원은 차에서 내려 잠시 서 있을 정도는 됐지만 거동은 무척 불편해 보였다. 주변 관계자의 부축을 받아 휠체어에 앉았고 4명이 휠체어를 계단 위로 들어 올려 이동했다.
이 전 의원은 창백한 무표정으로 '특활비 수수를 인정하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퇴 압박 무마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취재 기자들의 질문과 사진 기자들의 촬영 세례가 이어지는 동안 이 전 의원은 휠체어에 앉아 눈을 질끈 감은 채 이동했다. 그는 한쪽 눈은 실명했고 다른 쪽 눈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국정원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이 전 의원에게 26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24일 통보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9시40분쯤 이 전 의원측은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늦은 오전 11시 출석하겠다는 뜻을 검찰에 전했다.
당초 검찰은 22일 이 전 의원의 서울 성북구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24일 이 전 의원을 소환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 전 의원 측이 준비부족, 건강문제를 이유로 이에 불응, 26일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이 전 의원은 서울시내 모처에서 지인과 식사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지만 26일에는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 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재직 중이던 2011년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억대의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활비가 청와대를 거치지 않고 이 전 의원에게 직접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국정원 직원이 침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정원에 대한 비난과 함께 원 전 원장의 사퇴 요구가 나오자, 국정원은 이같은 위기를 넘기기 위해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이 특활비 수수 혐의로 출석한다면 2015년 10월 포스코그룹 비리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지 약 2년여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또 조사를 받게 된다.
이 전 의원은 2012년 솔로몬저축은행 사건으로 징역형을 받았다. 또 2015년 포스코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검찰은 이날 이 전 의원을 상대로 특활비 수수 경위와 사용처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다만 고령의 나이에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장시간 조사는 검찰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