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선두주자 한국투자證 , 올해도 이익 40%↑

머니투데이 대담=송기용 증권부 부국장, 정리=전병윤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 2018.01.29 03:01

[머투초대석]유상호 한국투자證 사장 "발행어음, 모험자본 역할 충실…이미 50% 이상 기업금융에 지원"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김휘선 기자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성과는 압도적이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각각 4816억원, 3754억원을 기록해 업계 최대 실적을 거뒀다.

자기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2.9%(연환산)를 기록했다. 업계 최상위권은 물론 대형사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자기자본이 크면 ROE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투자증권은 '덩치가 크면 느리다'는 속성마저 깼다. 글로벌 IB의 ROE가 10% 남짓한 걸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IB(투자은행) 5개사 중 발행어음 신규업무를 홀로 인가 받았다. 발행어음은 초대형IB의 핵심 업무다.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IB(투자은행) 대전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은 셈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초대형IB 선두 자리를 지키고 세전이익도 지난해보다 40%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인도네시아 단빡(Danpac)증권을 인수한 후 올 상반기 내 본격적인 현지 영업에 나서며 해외진출을 통한 글로벌IB 전략에도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행어음을 통한 기업금융이 은행과 중복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높은 자금조달 비용을 치르면서도 증권사를 찾는 기업은 은행이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증권사의 발행어음 사업은 은행과 전혀 다른 영역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이미 모험자본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코스닥 시장 과열 논란에 대해서도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을 빼면 시장은 오른 게 없을 정도"라며 "나머지 코스닥 기업의 이익 증가율도 양호하기 때문에 거품 여부를 논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또 직원들에게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투자를 금지한 이유로 "증권업의 본질은 투자대상을 분석한 뒤 적정가치보다 싸면 사고 비싸면 팔라고 권하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밸류에이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증권회사의 업무 영역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스피가 사상 최대를 경신했고 올해는 코스닥이 바통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올해 증시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선진국 시장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이 화해 무드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돼 있고요. 지난해 경제 성장도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업종에 쏠린 결과인 만큼 경기 확장 가능성은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미국이 보호무역기조를 강화하면 더 어려울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기본적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장기업의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증시는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운용사들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채택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기업이익의 주주환원 요구가 커지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지난해에도 업계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는데요. 올해 계획은.
▶증권사 영업 바탕인 시장, 이를테면 운동장이 커졌습니다. 축구도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하듯 우리가 상대적으로 운동장을 크게 잘 활용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초대형IB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인 12%대 ROE를 기록했고 세전 순이익도 역대 최대 수치로 업계 1위를 지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순이익을 40%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또 초대형IB 선두 자리를 지키면서 글로벌IB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단빡증권 M&A(인수·합병) 계약서에 사인했고 올 상반기에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고 사명도 바꿀겁니다. 해외 진출을 강화할 예정인데, 1등 증권사를 인수하면 현지인들이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중하위 업체를 인수해 차근차근 키워나가는 전략을 구사할 겁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 김휘선 기자

-초대형IB 가운데 유일하게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성과는 어떤지요.

▶지난해 11월27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후 현재까지 약 9000억원 규모의 발행어음 판매가 이뤄졌습니다. 올해는 판매 규모는 4조원 이상일 것으로 보입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금액의 절반 이상은 기업금융에 써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3분의 2를 기업금융에 쓰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50%를 맞추기 어려우니 1년6개월 유예 기간을 줬는데 미리 준비한 덕분에 비율을 다 채우고도 남았습니다. 정부가 초대형IB 인가를 내준 명분인 모험자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겁니다.

투자를 받으려는 수요가 많아 한국투자증권 혼자만으로 커버하지 못합니다. 광활한 운동장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정도입니다. 다른 초대형IB가 발행어음 허가를 받아 기업금융에 나서면 우리와 출혈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파이를 함께 키워나갈 수 있는 시너지를 일으킬 겁니다.

-은행들은 금융권의 기업대출과 유사하지 않냐고 지적합니다.
▶우선, 발행어음 금리는 은행의 예금금리보다 높아 증권사로선 자금 조달 비용이 더 듭니다. 그러면 투자하려는 시장도 기대수익이 은행보다 높아야 하기때문에 겹치지 않죠.

더구나 상식적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기업이 왜 증권사를 찾아오겠습니까. 증권사에 오는 기업은 은행이 외면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중견·중소기업이 주를 이룹니다. 은행과 고객이 다른 겁니다. 이밖에 상장전 기업의 지분을 매수하는 모험성 자본 투자도 합니다. 은행과 경쟁하는 영역이 아닙니다.

일부는 또 부실을 걱정하는데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 능력도 충분히 갖췄고요. 은행권에서 기업에 대출하는 합이 450조에서 500조원 가까이 됩니다. 우리는 자기자본의 2배인 8조원 중 50%를 기업금융에 쓸 경우 최대치가 4조원에 불과합니다. 조족지혈이고요, 과도한 우려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통화(암호화폐)를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는지요.
▶오랜 금융 투자의 역사를 살펴보면 거품이 끼고 꺼지는 과정을 반복해 왔죠. 가상통화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과 상관없이 버블이 형성되고 꺼지는 과정을 겪을 겁니다. 문제는 과도한 버블의 끝은 항상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블록체인 기술과 별개로 현재 가상통화 시장은 묻지마 투기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적절한 규제와 제도 보완이 꼭 필요합니다.

-직원들에게 가상통화 투자를 금지한 것도 그런 이유인가요.
▶증권업의 본질은 투자대상을 엄밀하게 분석해서 적정가치보다 싸면 사라고 권하고 비싸면 팔라고 권하는 것이죠. 그런데 가상통화는 현재로선 밸류에이션이 불가능한 상품입니다. 우리업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는 얘기죠. 다만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는 별개의 문제이고 블록체인 기술이 미칠 금융권의 영향력은 지대할 겁니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 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과열 우려도 나오는데요.
▶코스닥이 최근 올랐다고 해도 시총 상위 5개 기업을 빼면 오른 게 없을 정도입니다. 나머지 코스닥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좋고 경제도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요. 코스닥에 숨은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부 기업에 대한 거품 여부를 떠나서 코스닥 활성화는 늦으면 늦었지 잘못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최장수 CEO(최고경영자)시죠. 올해 11회 연임이 예상되는데요.
▶처음엔 10년 넘게 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욕심을 버리고 매년 1년차라는 마음가짐으로 해 온 것이 여기까지 온 것 같네요. CEO로서 의사결정을 할 때 단기적 관점이 아니라 30~50년 후를 바라보고 결정한 것도 오래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는 것은 지금에서 보면 손실입니다. 당장 비용이 쌓이더라도 지속하다보면 신용으로 쌓이고 결국 회사가 발전하는 결과로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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