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초석이냐 구태 반복이냐…창당 1주년 기로에 선 바른정당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18.01.24 14:02

[the300]유승민 "어려울 때 당을 지켜준 동지들과 새정치 이룰 것"

유승민 대표 등 바른정당 전·현직 대표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1주년 기념식에서 축하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무릎을 꿇고 시작한 바른정당이 1년 만에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29명의 국회의원으로 시작해 한때 33명까지 사세를 늘렸지만 2단계 탈당사태를 겪으며 이제 9명의 '꼬마정당'이 됐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눈앞에 둔 바른정당은 이날 1주년 기념식이 사실상 마지막 공식 행사가 될 전망이다.

24일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창당 1주년 기념식은 '축하'보다 '아쉬움'으로 가득찼다. 창당 1주년 기념 동영상은 유승민 대표의 지난해 11월 전당대회 연설 화면을 보여주며 끝났다. 당시 유 대표는 "죽음의 계곡에 들어섰습니다.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새 봄이 와 있을겁니다"며 바른정당 지지자들을 다독였다.

바른정당은 1년 전인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진짜 보수'의 길을 자임했다. 새누리당을 가짜 보수라며 보수 적통 경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당시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권성동, 김성태, 남경필, 유승민, 정병국 등 주요 인사들은 무대위로 올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며 신당 창당을 알렸다.

창당 이후 정병국 초대 당대표체제에서 바른정당은 존재감 논란으로 힘겨워했다. 창당 컨벤션효과는 지지부진 하고 지지율도 새누리당을 엎지 못했다.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도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대표는 탄핵 인용 이후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스스로 당대표 직에서 물러났다.

2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의원 및 주요 당직자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사죄의 마음을 담아 무릎을 꿇고 국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하고 있다. 2017.1.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바른정당은 창당 100일도 채 되지 않은 5월, 장미대선 일주일을 앞두고 당이 쪼개지면서 최대 위기를 겪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후보로 영입하려 했으나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로 계파 갈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권성동, 김성태, 장제원 등 13명의 의원이 좌파정부 출범 저지를 명분으로 집단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했다. 의석수는 33개에서 20개로 줄었다. 남겨진 바른정당은 유승민 대표를 대선후보로 선출해 대선 레이스를 완주했다. 유 대표 득표율은 6.8%였다.


6월 전당대회에서 '친유승민'계 자강론자였던 이혜훈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며 재도약을 노렸지만 선출 74일만인 9월말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이면서 낙마했다. 지도부 공백 속에 한국당 통합파와 바른정당 자강파 간의 갈등이 깊어졌다. 결국 11월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통합파 9명이 집단 탈당한 뒤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면서 바른정당은 교섭단체 지위가 무너졌다. 또 다시 맞은 위기였다.


유 대표는 11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고 바른정당 다시 세우기에 나섰다. 이후 국민의당과 통합 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김세연·박인숙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당을 추가로 탈당하면서 당은 이제 의석수 9명의 '꼬마 정당'으로 주저 앉았다.


지난 18일 유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통합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통합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바른정당은 영남 또는 호남 중심의 지역주의를 타파한 전국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현재 바른정당에는 서울 지역구로 오신환(관악을), 이혜훈(서초갑), 지상욱(중구성동을) 등 세 사람이, 부산경남 지역엔 하태경(부산해운대갑)이 남았다. 경기는 정병국(여주양평), 유의동(평택을) 등 두 명이다. 보수 본산인 대구경북 의원은 유승민(대구동을)이 유일하다. 인천 이학재(서구갑), 호남 정운천(전북전주을) 등도 당을 지켰다.

통합 행보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음짓고 있다. 2018.1.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호남의 냉담한 반응과 TK(대구경북)의 존재감은 여전한 고민거리다. 광주전라지역에서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여전히 75%를 웃돌고 있다. 국민의당은 물론 바른정당에 무관심해진 호남의 민심만큼이나 TK(대구경북)의 외면도 숙제다.




또 한가지. 두 대표의 리더십도 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바른정당 내 자강파 수장인 유승민 의원은 탈당사태를 겪으면서도 당을 지키고 새정치를 한다는 '명분'은 얻었지만 리더십은 타격을 입은 상태다. 안철수 대표도 통합 반대파와의 분란과 반목으로 지지도를 떨어뜨렸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정치권에선 '고집이 센 편이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결국 두 사람이 꿈꾸는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의 통합이라는 '정치 실험'은 소통과 화합이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제 유 대표와 바른정당은 혁신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통합을 지향하는 정치실험의 두 번째 막을 올렸다. 통합 선언 후 첫 현장행보로 광주를 찾은 유 대표는 "과거 지역을 정치 인질로 삼아서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지역주의를 악용하는 정치에서 벗어나고,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새로운 정치를 꼭 해보고 싶다"고 혁신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통합을 강조했다.

안 대표도 공동 통합선언 당시 "이번 통합이 덧셈인지 뺄셈인지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이라며 "당에 소속된 의원들은 민심과 당원의 뜻에 따라 정치를 하지 않나. 통합으로 국민 지지의 저변을 넓힌다면 결과적으로 많은 의원들이 함께 하고 진정한 덧셈통합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지금도 통합 이후 중도 보수의 힘을 모아 수권정당의 꿈을 이루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유 대표는 이날 1주년 기념사를 통해 " 이제 1주년이 지나고 죽음의 계곡의 한복판을 지나면 언젠가는 저 자유한국당에 갔던사람들이 후회하고 우리당에 다시 기웃거리게 될 날이 반드시 올거라고 확신한다"며 당원들을 독려했다.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