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쁜 엄마, 힘 센 아빠"… 성역할 고착하는 인기 동요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18.01.24 04:44

유튜브 조회수 10억건 돌파한 인기 동요 '상어가족'… 성별 고정관념 강화한다는 비판 나와

핑크퐁 상어가족 동요 애니메이션 /사진=유튜브 캡처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 귀여운 바다 속 아기 상어' '어여쁜 엄마 상어, 힘이 센 아빠 상어, 자상한 할머니 상어, 멋있는 할아버지 상어'~.

가족 구성원이 연달아 소개되는 동요 애니메이션 '상어가족'. 이 동요 애니메이션은 지난해 10월 기준 유튜브 조회수 10억건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다. 2분 분량의 상어가족 누적 시청 시간은 2821년(15억분)으로 '해리포터 시리즈' 전편(8편)을 총 130만회 시청하는 시간과 맞먹을 정도다. 이 같은 높은 인기에 힘입어 상어가족은 '국민 동요'라는 명칭까지 얻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아이들의 인식을 형성하는 영유아기 시기, 이 동요가 성역할 고정관념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 때문이다.

상어가족에서 여성인 엄마와 할머니에겐 각각 '어여쁜'과 '자상한'이라는 수식어가, 남성인 아빠와 할아버지에겐 '힘이 센', '멋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가사가 보수적인 가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한편, 여성은 예쁘고 자상해야 하며 남성은 힘이 세고 멋져야 한다는 식으로 성역할을 고착화한다고 지적한다.

2살 된 남자 아이를 키우는 정모씨(28)는 "애 키우는 입장에선 하나하나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면서 "아기들한텐 작고 소소한 것 모든 게 영향을 주는데, 성역할을 고착화한다는 생각에 안 들려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성별에 따라 다른 몸통 색 역시 비판받는 지점이다. 엄마 상어와 할머니 상어는 몸통이 분홍색이고 아빠 상어는 파랑색이다. 이 같은 설정이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처럼 성적 고정관념을 심고, 여자와 남자로 구분짓는 성별 이분법을 익히게 하며 나아가 원래 상어색을 가진 남성형을 '기본형'으로 생각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살 된 딸 아이를 키우는 이모씨(30)는 "아이들이 울고 있으면 부모들이 단체로 '상어가족'을 켜서 보여줄 정도로 인기가 있는데, 들려줄 때마다 딸 아이가 '나는 분홍색만 좋아해야 해'라고 그대로 받아들일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 상어에만 속눈썹이 붙어 있고, 립스틱이 발라 있는 등 여성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식의 가사도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소비하는 콘텐츠 중 다수가 성편견을 강화한다는 등의 비판은 이전부터 있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2012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어린이'에 따르면 아동 프로그램의 등장 인물들 중 남성 캐릭터는 여성 캐릭터 보다 훨씬 많아 성비의 불균형이 심각했다. 또 대부분의 상황에서 남성 캐릭터만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꼬마버스 타요'는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을 남성 캐릭터로 설정하고, 여성 캐릭터 '라니'를 자주 삐치지만 상냥하고 애교 많은 캐릭터로 설정했다. '로보카 폴리'는 갈등 상황에서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엠버는 포기하는데 남성 캐릭터인 폴리와 다른 대원들은 주변을 설득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 같은 설정이 아이들에게 현실에도 남성의 수가 훨씬 많다는 생각이나 능동적 남성과 수동적 여성이라는 고정된 성역할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꼬마버스 타요'의 한 장면. 여성 캐릭터 '라니'는 자주 삐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사진=유튜브 캡쳐.
'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한 뽀로로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YWCA가 조사한 ‘시민이 고발한 미디어속 성차별’ 사례에 따르면 '뽀롱뽀롱 뽀로로'에서 높은 목소리의 여성 캐릭터 '루피'는 몸통색이 분홍색으로 표현돼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됐다. 나아가 착한 여성 캐릭터인 '루피'만 요리를 하고 나머지 캐릭터는 먹기만 하는데 나머지 캐릭터가 함께 놀고 싶어하는 건 예쁜 여성 캐릭터인 '패티'로 설정됐다. 성별 분업 등 성역할 고정과 함께 여성의 외모에 대한 성차별적 내용이 담겨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난해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사업의 일환으로 지상파방송 4사와 케이블채널 4사의 79개 어린이 프로그램 141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고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등의 성차별적 내용은 42건으로 성평등적 내용(26건)의 1.5배를 넘었다.

민무숙 양평원장은 "아이들은 6세만 돼도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하는 만큼 부모·교사는 어린이 프로그램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어린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양성평등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2. 2 조국 "이재명과 연태고량주 마셨다"…고가 술 논란에 직접 해명
  3. 3 "싸게 내놔도 찬밥신세" 빌라 집주인들 곡소리…전세비율 '역대 최저'
  4. 4 한국은 2000만원인데…"네? 400만원이요?" 폭풍성장한 중국 로봇산업[차이나는 중국]
  5. 5 "거긴 아무도 안 사는데요?"…방치한 시골 주택 탓에 2억 '세금폭탄'[TheT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