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지, 식품업계 '자라' 될 것"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 2018.01.26 10:58

[인터뷰]프레시지 정중교 대표, 이광연 셰프

프레시지 정중교 대표(오른쪽)와 이광연 셰프/사진제공=프레시지
'자라',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의 인기 비결은 소비자 요구에 맞춰 신속하게 선보이는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 등이다. 이러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건 디자인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옷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전 과정을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며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가정간편식 기업 프레시지는 식품업계의 SPA 브랜드를 꿈 꾼다. 제품 기획부터 재료 구매, 조리, 유통까지 제품이 고객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해 계열화와 협력으로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 프레시지는 각 간편식 제품들을 재료별로 포장된 모듈 형태로 제공한다. 마치 레고 블럭처럼 음식별로 필요한 재료를 조합해 다양한 제품을 신속하게 만들어 출시하는게 가능하다. 또 채소 전(前)처리 기업 인수 등으로 재료의 신선함을 보장함과 동시에 비용도 줄였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평소 직접 해 먹기 어려운 요리들을 쉽고 간편하면서도 전문 음식점 수준으로 즐기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프레시지 본사에서 정중교 대표(이하 정 대표)와 이광연 셰프(이하 이 셰프)를 만나 프레시지의 비전과 가정간편식 시장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정간편식 시장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정 대표: 창업 전 대학교 선배들과 투자 자문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한국의 워렌버핏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졌지만, 국내에서의 투자는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경영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같이 성장해 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3년차 정도부터 어떻게 하면 그러한 투자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사업을 해 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베트남에 잠시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유통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며 유통 분야를 다시 보게 됐고, 더 알아본 후에 간편식 사업을 구상했다.

▶이 셰프: 많은 셰프들이 자신만의 레스토랑 차리거나 총 주방장이 되는 꿈을 가진다. 사업을 고민하는 경우가 드물다. 저도 그랬다. 그러던 중 정 대표를 만났고, 프레시지라는 기업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른 쪽으로 풀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면 식당에 온 사람들에게만 음식을 선보일 수 있지만, 사업을 하면 수 천 명, 수 만 명이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1인 가구 증가, 여가 중시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점차 간편식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계층,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 속에서 프레시지가 주 타겟으로 삼은 고객층은 어떻게 되나?
▶정 대표: 현재 3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에 이르는 여성 고객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요리가 필요한 시점, 즉 결혼을 전후해 간편식을 많이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요리 경험이 적거나 배울 시간은 없었지만 배우자나 아이에게는 직접 조리를 해 맛있는 것을 해 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비중이 적지만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고객층이 독신 가구다. 메뉴들도 이러한 고객층에 맞춰 개발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프레시지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정 대표: 2017년 초반 프레시지를 비롯해 비슷한 사업을 하는 경쟁사들이 함께 투자를 받았다. 이후 다른 경쟁사들은 브랜드를 강화하는 전략을 먼저 썼다. 저희는 다르게 접근했다. 현재 인기 있는 대기업의 간편식 브랜드도 약 4여년의 시간을 투자해 자리를 잡았는데, 갓 시작한 기업이 초기 투자금 만으로 브랜드를 고객들에게 인지시킬수 있을까 생각했다. 따라서 시장이 급성장했을 때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채소 전처리 회사를 인수하고, 내부 프로세스를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후발 주자들이 시장에 참여해도 이렇게 구축해 놓은 시스템의 효율성을 단기간에 따라 잡기는 어렵다고 본다.

-조리 과정이 크게 줄어드는데, 간편식의 맛을 유지하는 비법은 무엇인가?
▶이 셰프: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재료다. 프레시지(FreshEasy)가 신선하고 쉽게라는 뜻이다. 어떤 요리든 신선하면 맛있다. 신선함 유지는 채소 절단 등 재료 손질 과정 등에서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채소 전처리 업체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간편식에 맞는 재료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 제품을 개발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 호텔에서 일할 때 32가지 재료를 넣어 만들던 소스가 있었는데, 창업 초기 소스 전담 직원에게 똑같은 재료를 써서 그 소스를 만들도록 했다. 그런데 당시 사업 초기라 몇개 팔리지도 않던 시기였던 만큼 모든 재료를 구해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격, 제조 시간, 물량 등을 적절하게 맞출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직원은 버티지 못하고 3개월 만에 회사를 옮겼다. 그 직원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 일 이후로 같은 맛이라도 주방에서 조리하던 것과 간편식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로 맛을 내기 위한 연구에 1년 정도가 걸렸다.

▶정 대표: 메뉴 개발에 3가지 정도를 생각한다. 각 음식의 식감을 잘 살려야 하고, 향을 제대로 구현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사람은 짜다고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싱겁다고 하는데, 간을 어느 한 쪽의 입맛에 맞추면 안된다. 호텔 경력이 많은 이 셰프가 이 부분에 큰 경쟁력이 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떤 셰프가 만들어도 동일한 맛이 나야 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간편식은 특성상 조리 시간이나 조리 기구 등의 차이로 소비자 마다 만드는게 다르지만, 식감과 향, 간에서 각 음식의 특징을 잘 잡아서 편차를 줄이면 맛에서의 차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음식은 단지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프레시지의 비즈니스 확장 계획은?
▶정 대표: 단기적으로 선보일 것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방송 등에 나오는 콘텐츠를 실물화 하는 것이다. 요리를 하는 방송을 보다가 시청자가 해당 음식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주문하고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등이다. 또 일정 규모가 돼야 실현 가능하긴 하지만 향후에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셰프가 기른 농작물을 직접 요리해 선보이는 것)'도 고민한고 있다.

-AI(인공지능)를 연동한 서비스도 구상 중으로 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은?
▶정 대표: 저희 서버에는 가칭 '리차드'와 '알프레도'가 살고 있다. 리차드는 SNS 등에서 음식 사진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요즘은 음식을 시키면 바로 먹지 않고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리차드는 이러한 사진들을 검색하고 데이터화 해서 어떤 음식이 인기가 있는지 찾아낸다. 이를 바탕으로 수요를 파악하면 신속하게 메뉴 개발에 들어갈 수 있다. 알프레도는 리차드의 친구 격이다. 리차드가 메뉴를 찾아내면 알프레도가 레시피를 조합한다.

▶이 셰프: 요리에 과학을 입힌 분자요리 등이 나오기도 했지만, 주방의 개념은 제가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한 자영업자들이 선택하는 업종 중 요식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요가 줄지도 않을 것이다. 음식하는 것은 아무리 AI 등 최첨담 기술이 도입된다고 해도 요리의 기본을 바꾸는 기술은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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