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조윤선, 2심서 법정구속된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 2018.01.23 14:12

[the L] "블랙리스트 업무 인수인계" 전임자 진술 번복 '결정타'…법원 "박근혜도 공범" 적시, 朴 재판 영향 불가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공범으로 책임이 있다고 적시했다. 1심에서 무죄였던 조 전 장관의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가 2심에서 유죄로 뒤집힌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은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역시 1심(징역 3년)보다 무거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부에 반대하거나 비판 의견을 내는 개인·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하는 불이익을 주거나 차별대우하는 위법행위를 국가권력의 최고정점에 있는 대통령과 측근 보좌진이 조직적·장기적으로 했다는 것은 국정 전 분야를 통틀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조윤선에 인수인계" 박준우 전 수석 진술 번복 '결정적'

이날 항소심 판결에 따라 1심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전부 무죄를 선고받아 집행유예로 석방됐던 조 전 장관은 구치소에 재수감됐다. 풀려난지 180일만이다.

재판부는 "정무수석실의 지원배제 조치는 정무수석인 조 전 장관의 지시나 승인 없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조 전 장관이 지원배제 업무 내용을 자신의 업무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정무수석 재임 중에도 지원배제 업무에 관한 것을 지시하거나, 보고받고 승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을 뒤집었다. 이같은 판단에는 박준우 전 수석의 증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의 청와대 정무수석 전임인 박 전 수석은 지난해 11월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 전 장관에게 블랙리스트 업무를 인수인계했다"고 진술했다.

"블랙리스트 태스크포스(TF)팀 운영에 대해 조 전 장관에게 설명해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던 자신의 1심 증언을 뒤집은 셈이다. 이는 조 전 수석이 정무수석 부임 당시부터 지원배제 업무를 알고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당시 박 전 수석은 "인간적 도리로 조 전 장관의 면전에서 말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특검이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로 제출한 '청와대 캐비닛 문건' 역시 조 전 장관의 유죄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정무수석실 캐비닛 등에서 박근혜정부 시절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서를 발견해 특검과 검찰에 넘겼다. 발견된 문서에는 조 전 수석과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와 보고를 주고받은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박 전 수석의 증언과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 등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조 전 수석이 지원배제 관련 업무를 인식하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정무수석실이 좌파 단체 지원배제 방안을 담은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점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부임하면서 박 전 수석에게 이같은 내용의 업무인수인계를 받은 점 △정무수석 부임 이후 지원배제 대상자 선별을 위한 명단 검토가 반복해 이뤄진 점 등을 유죄의 근거로 들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박근혜도 공범"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공범으로 책임이 있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문화·예술계가 좌편향돼있어 바로잡아야 한다'는 인식 아래 좌파 지원 배제 정책 기조가 만들어졌다는 점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이 실제 관련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고 승인한 것은 지원배제에 대해 직접 포괄적으로 승인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인식과 발언에 따라 청와대 내에서 문화·예술계 등에서 좌파를 배제해야 한다는 국정기조가 형성됐고 이에따라 김 전 실장이 지원배제를 위한 계획, 실행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지원배제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보고받고 승인한 점 △문제단체 작품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는 내용의 문화예술생태계 건전화 추진 방안을 보고받고 승인한 점 △예술위의 문제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에 대한 지원배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승인한 점 등을 근거로 들며 박 전 대통령이 공범으로 책임이 있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행위는 단순히 좌파에 대한 지원 축소 및 우파에 대한 지원확대'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선언한 것에 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한 행위이고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행위에 공모한 것으로 공모공동정범으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박 전 대통령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좌파 배제·우파 지원'이라는 국정 기조를 강조하고 이에 따른 정책을 추진한 것을 공범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항소심에서 "박 전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져버리고 지원 배제를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핵심 내용을 보고 받았다"며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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