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퀴한 냄새나도 이곳이 전부"…한달에 40만원 '달방살이'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 2018.01.24 04:43

월세 40만~50만원선…"화재, 범죄 등에 취약"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소재 한 여관 입구 벽면에 '장기 월세방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달방(모텔이나 여관 등에서 한달치 숙박요금을 내고 사는 장기투숙으로 보증금이 없음)에서 지낸 지 벌써 수년째입니다. 방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지만 몸 뉠 곳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죠. 여기가 제 전부예요."(일용직 근로자 김모씨·50대)

'서울 종로 여관 방화사건' 이후 달방 거주자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 화재 등의 사고 대비에 취약하다는 점 등이 문제로 꼽힌다.

달방은 일용직 근로자 등 월세 보증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인 부분 등 각종 이유로 이곳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거주자들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20일 오전 3시8분 서울 종로구 종로5가 한 여관에 유모씨가 불을 질렀다. 이 화재로 여관에 투숙하던 10명 중 6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이들 중 일부는 장기투숙객으로 알려졌다.

23일 오후 1시에 찾은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여관이나 모텔 간판을 단 저층 건물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전봇대에는 '장기방 있음'이라는 내용의 전단이 붙어 있고, 입구 벽면에 '장기 월세방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간판을 내건 곳도 있었다.

달방 가격은 40만~50만원선이지만 환경은 천차만별이다. 이날 찾은 한 여관 방에는 침대 하나와 크기가 작은 냉장고 등만 있을 뿐 별다른 부대시설이 없었다. 일부 방에선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고, 한쪽엔 사용 흔적이 있는 가스버너가 자리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 인근에 위치한 숙박시설들. /사진=신현우 기자
수년째 달방 생활을 하고 있는 60대 김모씨는 "갈곳이 없어 여기로 모인 사람들이다. 햇볕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하루하루를 쓸쓸하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에겐 지저분한 환경일 수 있지만 이마저도 감사하다. 일용직으로 돈을 버는데 일거리가 없을 땐 정말 큰일이다. 사업했던 사람부터 나쁜짓 한 사람까지 사연이 제각각"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70대 노인은 "오래된 여관이다 보니 범죄에 노출되고 화재 등에 취약하다. CCTV(폐쇄회로TV)도 없고, 화재경보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가끔 너무 무섭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다 알면서도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한 사람은 목숨을 내놓고 사는 게 현실이다. 달방에서 고독사한 사람이 발견됐다는 얘기가 남일 같지 않다. 갑자기 누군가 안 보인다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인근에 있는 한 여관 관계자는 "달방을 받는 여관은 대부분 수십년 된 건물로 화재 등에 취약할 정도로 낡았다. 하지만 보수하기엔 돈이 많이 들어 쉽지 않다. 세놓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이런 부분을 다 알고 지내는 것이다. 화재 사고는 안타깝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귀띔했다.
지난 20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5가 여관 현장. /사진=신현우 기자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BTS 키운 방시혁, 결국 '게임'에 손 댔다
  4. 4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
  5. 5 "연락 두절" 가족들 신고…파리 실종 한국인 보름만에 소재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