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탁기 세이프가드 '최악의 선택지' 골랐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 2018.01.23 09:25

'한국 생산 세탁기'도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1조원 대미 세탁기 수출에 타격 불가피

/지난해 11월 방한해 국회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뉴스1

미국 정부가 22일(이하 현지시간) 한국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전격 발동한 가운데 최종 결정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입장에서 '최악의 안'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연간 1조원 규모의 대미 세탁기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삼성전자LG전자 등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TRQ(저율관세할당)를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 20%, 이를 초과할 경우 무려 50%의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다.

이후 2년차에는 120만대 이하에는 18%, 120만대 초과 물량에는 45%의 관세가 부과되며, 3년 차에는 각각 16%와 40%의 관세가 매겨진다.

일단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권고안'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TRQ 120만대가 동일하고, 5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가 적용되는 등 큰 틀에서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고안 중에서도 첫해 TRQ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 20%의 관세 폭탄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은 '2안'이 이번에 적용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고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 우리의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이프가드 청원 당사자인 월풀(Whirlpool)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차원을 넘어 사실상 '역성'을 들어준 셈이다.


무엇보다 USTR이 발표한 내용 중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세이프가드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빠졌다. LG전자의 경우 경남 창원공장에서 만드는 세탁기가 당장 세이프가드 사정권안에 들어가는 만큼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탁기 세이프가드는 2~3주안에 발효되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당장 올해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부터 적용된다. 한해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 세탁기 물량은 250만~300만대, 금액으로 따지면 약 1조원대로 추정된다.

LG전자는 공식 입장을 내고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소비자가 입게될 것"이라고 미국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세이프가드 안이 현실화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기업 제재를 통한 미국 제조업 살리기가 노골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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