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우리동네 옷가게 잘될까…빅데이터 曰 "안됩니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진달래 기자 | 2018.01.25 04:00

[4차 산업 핵심 '빅데이터'가 바꾼 도시라이프-①]일상속으로 들어온 빅데이터

서울시 창업위험도가 의심단계를 가리키고 있다.

평소 패션 센스가 남다른 이미선씨(32·가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옷을 입고 일상 사진을 올리면 ‘그 옷을 어디서 샀냐’는 메시지와 댓글이 쇄도해 일일이 답장하기 어려울 정도다. 집 인근에 맘에 드는 옷 가게가 없는 게 항상 불만이었던 이씨는 오래 살아 익숙한 동네 골목에 한 상점이 비자 직접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제공하는 ‘우리마을 상권분석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생각을 접었다. 이 서비스는 연간 2000억 건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상권을 분석한다. 매장 휴·폐업, 유동인구, 집객시설 등 현황은 물론이고 SNS 유행까지 총 32개 데이터를 제공해 창업 위험도를 알려준다. 이 씨가 이를 통해 주변 상점 고객 연령대, 인근 거주지 특성, 골목 유동인구 성별 등을 분석한 결과, 젊은 여성을 위한 옷 가게는 망하기 딱 좋았다. 맘을 접긴 했지만 아쉬움이 컸던 이씨는 다른 창업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상권 정보를 진지하게 둘러보고 있다.

김종석씨(32)도 최근 서울 용산구에 일본 가정식 식당을 창업했다. 어려서부터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등 일본 문화에 심취해 일본을 내집 드나들듯 자주 방문하던 김씨는 취직보다 창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우리동네 상권분석 서비스’를 바탕으로 경쟁자가 적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창업지로 선택해 창업 실패 위험을 줄였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높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한 연남동, 홍대, 상수동, 성수동, 해방촌 등 뜨는 동네는 일부러 피했다고 한다.

미혼 직장인인 김남준씨(32·가명)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스마트폰으로 날씨와 미세먼지 정보를 체크한다. 환경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에어코리아’는 전국 각 지점에 설치한 센서 정보와 기상 정보를 데이터화해 실시간으로 미세먼지 예보를 제공한다.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인 날엔 꼭 미리 준비해 놓은 황사 마스크를 챙겨 나간다.

버스를 이용해 매일 아침 광화문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는 그는 정류장마다 설치된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를 통해 버스가 5분후 도착한다는 정보를 파악하고 차분하게 버스를 기다린다. 단말기는 버스가 ‘혼잡’한지 ‘여유’가 있는지 여부도 알려준다. 버스가 ‘혼잡’하다는 안내에 마음의 준비를 한 그는 만원버스에 구겨지듯 올라탄다.

불편함도 잠시 뿐 몇 정거장이 지나 지하철 환승역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하차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걸음 수를 관리해주는 ‘워크온’ 앱을 열어보니 요즘 하루 평균 4700보 밖에 걷지 못했다. 또래 나잇대 평균 걸음수 6800보에 한참 못미친다. 좀더 걷고 주말을 틈타 운동을 해야겠다 다짐했다.


점심 후 신용카드를 결제하니 할인 가능한 인근 지역 가맹점 및 맛집 등 정보가 전송된다. 다음엔 “할인되는 음식점에 가봐야지”란 생각이 절로 든다. 이메일을 열어보니 자주 가는 쇼핑몰 쿠폰이 와 있다. 최근 옷을 많이 샀더니 의류 할인 쿠폰이다. 옷을 또 사야할지 고민에 잠시 빠졌다.

이날은 맡은 프로젝트 시한이 다가와 꼼작없이 야근을 해야 했다. 야근을 마치고 밤 12시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회사를 나섰다. 버스가 끊겨 택시를 잡으려다 집 근처까지 가는 올빼미버스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는 늦은 밤이지만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교통 정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는 지역에 올빼미버스 노선을 정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가 시민들의 일상이 되면서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3D 프린터, 나노기술,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과 같은 7대 분야의 기술 혁신을 일컫는다. 그 중에서도 4차 산업의 핵심은 빅데이터다. AI, 자율주행차, IoT 등도 빅데이터가 바탕이 돼야만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승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인식을 못할 정도로 조금씩 빅데이터가 생활에 스며들면서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그동안 했던 센서스 등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모바일 활성화로 취급할 수 있는 데이터 종류와 양이 많아지면서 빅데이터 활용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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