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여관 화재' 1시간 전 경찰 출동했지만…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18.01.20 17:52

(종합)경찰 훈방 조치 후 휘발유 사와 불 질러…모녀 추정 3명 한 방 쓰다 참극도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여관 방화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화재감식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 여관 방화' 사건이 일어나기 1시간 전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으나 참극을 막지 못했다.

방화 혐의자 유모씨(52)는 경찰의 훈방 조치에 귀가하는 척했으나 휘발유를 사와 여관에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는 술 취해 성매매를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서울 종로구 종로5가 한 여관에 불을 지른 혐의로 유모씨(52)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이날 오전 3시8분 종로5가 한 여관에 휘발유로 불을 질러 투숙객 5명을 사망하게 하고 5명을 다치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를 받는다.

유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매매를 요구했으나 거절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유씨는 전날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성매매가 생각나 종로5가에 여관이 몰려 있다는 것을 알고 무작정 이동했다. 이후 눈에 띈 해당 여관에 들어가 여관 주인에게 "여자를 불러달라"며 성매매를 요구했다. 해당 여관은 성매매 혐의로 입건된 적이 없었다.

여관 주인이 이를 거절하자 말다툼을 벌였고 두 사람은 각각 경찰에 신고했다. 유씨는 이날 오전 2시6분 '여관 주인이 숙박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여관 주인은 오전 2시7분과 8분 두 차례 '술에 취해 소란을 벌인다'며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유씨에게 "성매매·업무방해로 처벌될 수 있다"며 경고하고 훈방 초지했다. 유씨가 수긍하고 큰 길가 방향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유씨는 귀가하지 않고 택시로 인근 주유소로 이동해 휘발유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는 다시 여관으로 돌아와 이날 오전 3시8분 여관 1층 복도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관) 문을 열고 들어가 1층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휘발유통도 집어 던졌다"며 "주머니에 있던 비닐이나 수건 등을 이용해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이 불로 여관에 투숙하던 10명 중 5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근처 주민들이 소화기 등으로 진화하려고 했으나 불은 삽시간에 번졌다.

모녀로 추정되는 3명이 한 방에 투숙했다가 참변을 당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여관 주인이 '한 방에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묵었다'고 진술했다"며 "이들 중 2명은 여성으로 확인됐으나 나머지는 성별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50대 여성이고 나머지는 20대 초반, 10대 후반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 외에 한 방을 같이 쓰던 투숙객은 없었다.

경찰은 사망자들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신원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지문검색으로 신원을 확인한 사망자는 모녀지간으로 추정되는 3명을 제외하고 이모씨(61·남)와 김모씨(54·남) 2명뿐이다.

부상자 5명 중 2명은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재 의식을 회복한 상태다. 부상자 중 유일하게 건물에서 탈출한 최모씨(52·남)는 불이 나자 2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건졌다.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는 유씨는 폭행이나 방화 등 유사한 전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는 아내와 두 자녀도 두고 있는 가장이다. 유씨가 술김에 저지른 참극이지만 여전히 정확한 범행동기가 납득 되지 않는 부분이 남아 있다.

경찰은 피의자의 약물과 정신병력 등은 현재 확인이 안되는 상황으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유씨에 대해 구속영장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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