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반경, 입마개'에 갇힌 반려견…더 난폭해진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8.01.20 08:47

전문가 "입마개·목줄 길이 스트레스로 작용, 궁지에 몰렸다고 인식"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체고(바닥에서 어깨뼈 가장 높은 곳까지의 높이)가 40cm 이상인 반려견에 '입마개'를 씌우고 목줄 길이는 2m로 일괄 제한하는 정부 정책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한이 반려견들 스스로 궁지에 몰렸다고 인식하게 해 스트레스와 공격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18일 반려견 인명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반려견 주인의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반려견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이중 논란이 된 부분은 체고가 40cm 이상인 개를 '관리대상견'으로 지정토록 한 것이다. 이 경우 엘리베이터, 복도 등 건물 내 협소한 공간과 보행로 등에서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또 체장(반려견의 길이)에 관계 없이 반려견과 외출할 경우 목줄 길이가 2m를 넘지 못하도록 일괄 제한했다.

반려견 안전 사고를 에방하겠다는 취지지만, 전문가들은 반려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 같은 일괄 규제가 오히려 공격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반려견들이 산책을 하면서 냄새도 맡고 해야 스트레스도 풀고 공격성도 줄어드는데, 입마개를 하면 그럴 기회가 차단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입마개가 풀렸을 때 공격적인 성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행동심리전문가인 한준우 서울연희학교 교수는 "개들은 야생에서 원래 줄을 매지 않기 때문에 묶으면 움직이기 곤란하다고 생각을 한다"며 "마당에 묶인 개들이 무는 이유가 자신이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견들에게 줄만 해도 공격성이 강해지는데, 입마개까지 하면 방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더 궁지에 몰려서 물려고 하는 경향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23일 서울 서초구 용허리 근린공원에서 '서리풀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린 '용머리 반려견 축제'에서 강아지가 멋진 패션을 뽐내고 있다./사진=서초구청
더욱이 체고 등을 기준으로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씌우거나 행동 반경을 제한하는 것은 해외 사례에서도 드물다. 체고를 기준으로 관리가 필요한 개를 지정한 사례는 독일 니더작센주와 스페인 안달루시아주 등 지방정부 두 곳 정도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해외에서는 반려견들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묶어 놓을 때 줄 길이를 체장의 몇 배 이상으로 정하는 등 유동적으로 정하게끔 하는 법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목줄 길이 2m는 소형견에게는 긴 길이고, 체장이 1m인 개에게는 짧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관리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수는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관리 방법으로는 반려견들이 무는 행동을 막을 수 없다"며 "반려견과 보호자들이 함께 안전관리 교육을 받아야 하고,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이들도 기본적인 상식은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동물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정책 마련 과정에서 충분한 합의가 없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채 팀장은 "개 크기와 공격성과는 상관이 없다고 계속 반대했지만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정책을 내놨다"며 "체고 40cm 이상인 개들만 해도 200만마리 이상은 될텐데, 많은 견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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