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분노 금할 수 없어"..靑 "가이드라인? 그래서 모욕"

머니투데이 김성휘 ,최경민 기자 | 2018.01.18 14:44

[the300](종합)"李 전대통령 국가 근간 흔들어" 후폭풍 우려에 "많이 인내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18.01.15. photo1006@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전날 성명에 "분노를 금할 수 없고,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최근 검찰수사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자 유례없이 강한 어조로 이를 비난한 것이다. 수사 국면에 주는 영향은 물론, 양 정치세력 각각의 결집과 국회에서 첨예한 충돌 등 후폭풍이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 티타임 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것에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 근거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이 같은 입장은 두 가지 점에서 이례적이다. 우선 전직 대통령 관련 현직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또 이만큼 강하게 표현한 건 드물다.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 성명 당일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이날 작심한 듯 이를 언급했다.

표현이 매우 강력한 것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의 평소 언어는 품격과 절제, 공감을 강조한다. 이번엔 달랐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데선 글자 그대로의 '분노'가 전달된다. 즉흥적으로 뱉은 말도 아니다. 박수현 대변인은 "어제 노코멘트라는 것은 어떤 말도 안 한다는 게 아니라 어제 수준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숙고와 판단을 거쳤다는 뜻이다.

현직 대통령이 논란의 한 가운데 들어서는 파장과 부담을 감수하면서 문 대통령이 움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언급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때(2009년) 집권2년차의 '살아있는 권력'이 바로 이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그 이후를 가장 가까이서 본 문 대통령에게는 가슴을 찌르는 듯한 말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달라"고 말한 것도 치명적이다.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정부의 탈검찰, 권력기관의 탈권력화 의도를 정면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권과 검찰 등 권력기관의 밀월이나 유착관계를 끊고자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일이기도 하다. 비법조, 비검찰 조국 민정수석을 파격적으로 기용해 검찰개혁의 칼자루를 쥐어준 것도 그래서다. 왕조시대처럼 표현하면 '역린'을 건드린 셈이다.

당장 검찰수사는 물론, 정치권에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청와대 입장은 이 전 대통령 관련 검찰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재차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개입 않는다는 언급 자체가 정치적 배려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뚜렷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여야간 대리 공방전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 개인적으로야 노 전 대통령 죽음 거론한 것에 상당한 불쾌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 발언할 때는 그것을 넘는 게 있다. 국가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에 연관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 입장이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지적에 "청와대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국민의 명령이고 적어도 우리는 그런 꼼수를 쓰지 않는다"며 "그래서 모욕스럽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직접 반응이 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엔 "그동안 많은 인내를 해왔지만 모든 것을 인내하는 것이 국민통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정의롭지 않은 것에 인내하지 않는 것이 진짜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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