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임대료 낮추니 관리비 올린다" 자영업자 시름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 2018.01.19 04:00

[묻지마 관리비]①정부 상가 임대료 인상률 9%->5% 인하 예고...사각지대 관리비로 벌충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가건물에서 매달 임대료 500만원, 관리비 55만원을 내고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상현 씨(가명·39)는 새해 들어 시름이 깊어졌다. 건물주가 최근 재계약한 다른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올린 것은 물론 별도로 관리비를 30만원이나 올렸기 때문이다. 계약갱신 기간이 다가오면서 건물주가 자신에게도 임대료와 관리비를 동시에 올려달라고 요구할까봐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이다. 김씨는 “임대료만으로도 벅찬데 관리비까지 늘어날까 걱정”이라며 “정부가 임대료 인상을 제한해도 건물주 마음대로 관리비를 올리면 부담은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강남 등 주요 상권의 개인 소유 상가건물을 중심으로 관리비 인상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가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자 일부 건물주들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관리비를 통해 임대수익을 올리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8일 정부당국 및 소상공인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국무회의를 열어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연 9%에서 5%로 낮추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고 곧바로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법 적용을 받는 보호대상도 확대된다. 정부는 보호대상 기준인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 환산액)을 지역별로 최대 50% 이상 상향조정했다. 서울의 경우 기존 4억원 이내에서 6억1000만원으로 확대된다.

정부의 이같은 상가 임대료 규제에 일부 건물주들은 관리비 인상이란 ‘꼼수’로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임대수익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관리비를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자영업자 입장에선 임대료가 덜 올라도 관리비가 더 오르면 월세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

서울 방배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혜정씨(가명·52)도 지난달 건물주의 요구로 임대료를 32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올렸다. 명목은 관리비 인상이었다. 김씨는 “주변 시세보다 높은 월세를 내고 있어 추가 인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관리비 인상을 요구할지는 몰랐다”며 “건물주에게 관리비를 올리는 이유를 따지고 싶었지만 자칫 재계약에 차질을 빚을까 참았다”고 토로했다.


현재 개인 소유 상가건물은 대규모점포나 집합건물과 달리 관리비에 대한 아무런 제약이 없어 건물주가 임의대로 조정할 수 있다. 상가임대차법에도 별도 관리비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반면 대규모점포나 집합건물은 관련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입주자협의회나 관리단을 구성·운영해야 하고 관리비 청구·집행 내역 공개, 연1회 회계감사 의무화 등의 규제를 받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이같은 관리비 인상 꼼수가 도미노처럼 번질까 우려한다.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는 “세입자들이 특히 힘이 약한 먹자상권에서는 임대료 ‘5%룰’이 적용되기 전에 관리비 녹이기 꼼수 얘기가 많이 돌고 있다”며 “옆 건물이 관리비를 올리니 나도 올린다는 식으로 번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소유한 상가건물에도 집합건물이나 대규모 점포에 준하는 관리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는 “개인 상가건물의 임대차 계약에서 관리비는 이렇다 할 규정이 없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설정하는 일이 허다하다”며 “임대차 거래 표준계약서를 보완하는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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