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새로운 시작

서지연 ize 기자 | 2018.01.17 09:03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김동욱은 김자홍(차태현)의 동생 김수홍을 연기했다. 개봉 초기에는 쟁쟁한 캐스팅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그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 화제가 된 것은 수홍이 엄마의 꿈에 나타나는 장면 덕분이었다. 수홍은 부모에게 지은 죄를 묻는 천륜지옥에서 위기에 빠진 형을 구하기 위해 꿈을 통해 엄마를 찾아간다. 귀가 들리지 않는 엄마 앞에서 수화를 하며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장면은 ‘신과함께-죄와 벌’의 클라이맥스로 관객들에게 각인됐다.

김수홍은 지금까지 그가 연기해온 다른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관심 사병인 원동연(도경수)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이나, 자신을 잡으러 온 차사 강림(하정우)에게조차 장난스러운 태도는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영화 ‘국가대표’의 진하림과 최홍철을 떠올리게 한다. 20대의 김동욱은 주로 가볍고 껄렁거리지만 속내가 따뜻한 남자를 연기했었고, 이는 한동안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들이 ‘신과함께-죄와 벌’의 수홍처럼 관객들이 직접적으로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장면을 연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연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현장 플레이어보단 유학 가서 교수를 하는 쪽으로 생각했다. 우연찮게 영화를 찍게 되면서 계속 이 길을 걷게 됐다”(‘enews24’)고 말하는 김동욱 역시 처음에는 큰 부담 없이 자신에게 들어오는 배역을 연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올해로 14년 차 배우가 됐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출연하는 작품의 성격도 미니시리즈에서 일일드라마, 뮤지컬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해졌다. 그사이 김동욱은 “‘신과함께-죄와 벌’에 출연하기 전까지 ‘내가 계속 배우의 길을 가는 게 맞는 것일까’”(‘매경이코노미’)라며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도 없고, 하는 일도 없이 집에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했던 수홍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됐다.


김용화 감독이 “동욱이가 천재적인 면이 있다. 어떤 한 연기를 하다가 다른 연기로 바뀌는 순간 같은 건 정말 능수능란하다”(‘스포츠한국’)고 말했듯, 그는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수홍을 표현하다가 한순간에 누구도 예상 못 한 얼굴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는 그가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게 많아서 평면적으로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부분에 엄마를 보고 폭발하는 감정이 가장 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디테일하게 조절하는 것이 어려웠다”(‘enews24’)고 말한 것처럼, 캐릭터에 대한 분석과 그동안 쌓아온 연기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주목받든 주목받지 못하든, 덤덤하게 연기를 계속해온 배우가 스크린 안에서 역동적인 에너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재발견’이라는 찬사는, 짜릿한 반전이 아니라 꾸준함에 따라오는 보상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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