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간 이어져온 '공교육 정상화' 문제…이제는 방과후학습으로까지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 2018.01.16 17:23

[the300]박정희도, 노무현도, 박근혜도 풀지못한 공교육정상화 '난제'

방과후 영어교사들이 28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교실 수강금지에 대한 항의 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내년 2월부터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된다. 이들은 이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정책이라 주장하며 항의했다. 2017.11.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선행학습 금지와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고민은 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48년간 이어져온 '난제'다. 1945년 해방 당시 문맹률이 80%에 달할 정도였지만 의무교육 실시로 1950년대 후반 거의 모든 취학연령 어린이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중학교 수는 부족한데 진학하려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사교육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1967년 조선일보 사회면 톱에 과외에 시달린 초등학생 4명이 1주일이 넘도록 집단가출을 해 부모들이 "이젠 과외 안 시킨다. 빨리 집으로 와 다오"라고 호소하는 기사를 실리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9학년도부터 중학교 입학시험을 금지하고 추첨제를 실시했다. 사교육 열기를 잡기 위한 대책이었다. 서울의 경기중·경복중, 경기여중 이화여중 등 명문 중학교를 폐쇄하고 1974학년도부터는 고등학교도 무시험 진학을 실시했다.

그러나 중·고교 평준화를 전국으로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수준이 하향평준화 돼간다는 논란이 지속되며 평준화 정책은 힘을 잃게 된다. 이후 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가 늘며 이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 시장은 더 커진다.

김대중 정부 때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자율학습폐지, 0교시폐지, 보충수업폐지를 밀어붙였다. 또 특기가 하나라도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교육체계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입시 제도를 변화시켰지만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 이후 노무현정부에서 만든 수능 등급제가 이명박정부에서 폐기되고 이명박정부에서 만든 수능선택제가 박근혜정부에서 폐기되는 등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입시제도가 바뀐 점도 사교육 시장을 키웠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시장을 잡기위해 입시제도를 바꿀수록 사교육시장은 바뀐 입시제도에 적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며 더욱 활성화된 탓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배우는 선행학습 열풍이 불게 된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보충'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복습과 예습을 넘어 학년을 뛰어넘는 '선행학습'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학교에서는 잠자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현상까지 발생한다.

2014년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공교육 정상화법)이 제정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애초에는 강은희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의원 66명이 공동발의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에 관한 특별법안', 이상민 의원 등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 29명이 공동발의한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이 각각 발의됐다. 이후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두 법안을 합하기로 여야 합의했다.


법안 심사 당시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는 했다. 법 이름만 보면 선행학습 자체가 금지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교육에서 하는 선행교육과 선행시험만 금지되고 사교육 시장은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선행학습의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도 논쟁거리였다. 그럼에도 이 법안은 재석 179인 중 찬성 170표(반대 3표, 기권 6표)를 받아 통과된다. 사실상 여야합의로 통과된 셈이다.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이기도 했다.

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영어 방과후 교실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공교육 정상화법은 '편성된 학교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에 따라 학교교육과정상 초등학교 3학년에 처음으로 교육과정이 시작되는 영어를 초등학교 1,2학년은 배워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영어유치원이 활성화되는 등 영어조기교육 열풍은 막을 수 없는 대세였다.

이명박정부에서 '영어 몰입식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서였다. 이를 하루아침에 뒤집어 방과후학교에서도 영어를 가르칠 수 없다고 하자 학부모들이 반발했고 교육부는 영어에 한해서 3년간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따라 3월부터는 1·2학년 방과후학교에서 영어수업이 사라질 예정이었다. 교육부는 이와 연계해 지난달 전국 시·도교육청에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 수업 금지를 통보했다. 정책 시행 기간도 올해 3월부터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반발이 거세자 "확정되지 않았다"며 결정을 번복했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이날 유치원 영어 특별활동 금지 방침을 철회하고 1년 유예하기로 결정하고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후 영어 학습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3월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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