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재 규제 강화로 제2의 제천참사 막아야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 2018.01.18 04:30

[기자수첩]

“제천 화재는 전형적인 인재입니다. 2년 전 의정부 화재사고 때 제대로 법 정비를 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예요.”

최근 만난 건축자재업계 관계자가 지난달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를 두고 한 말이다. 이미 숱하게 동일한 유형의 화재사고가 반복됐음에도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안전불감증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도 제대로 못 하는 행정 미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국내에선 해를 거듭하며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1999년 씨랜드 화재,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등 대형참사 수준의 사고도 빈발했다. 여기엔 저품질의 가연성(불에 잘 타는) 단열재가 자리한다. 가연성 자재 사용 비율이 30%대로 낮은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이 비중이 70%에 이르는 국내 건축물에선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가연성 단열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해 불길이 급격히 번지고 유독가스 질식으로 인한 인명피해 규모도 확대되는 탓이다.

제천 화재사고를 악화시킨 주요 원인 역시 ‘드라이비트’(Drivit)다. 드라이비트는 건물 외벽 콘크리트 위에 단열을 위해 심재로 스티로폼을 붙이고 시멘트를 덧발라 마감하는 단열재로 대표적인 가연성 자재다. 불에 잘 타지 않도록 성능을 개선한 난연 스티로폼을 심재로 쓰면 된다는 반론도 있지만 비용부담 때문에 실제 건설현장에서 이를 사용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정부는 화재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문제는 이해관계 산업의 보호와 경제적 논리에 따른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매우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개정이 이뤄질 뿐이란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로는 가연성 자재 사용에 따른 화재 피해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불연(불에 타지 않는 성질) 자재나 내화구조 의무적용대상을 대폭 늘리는 내용으로 관련 법령이 바뀌지 않는 한 동일한 형태의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법을 개정해야 반복되는 참사와 피해를 줄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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