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 보류…가상통화서 발 뺀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최동수 기자, 김진형 기자 | 2018.01.12 17:28

신한·농협·기업은행 등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 잠정 중단… 20일 이후 사실상 은행 통한 거래 불가능

김현정디자이너
정부가 가상통화 과열을 막기 위해 거래소 폐쇄 등을 언급하면서 은행들도 가상통화 거래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은행들은 가상통화 거래실명제에 맞춰 준비했던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 정부가 오는 20일 이후부터는 실명이 확인되지 않은 가상계좌의 입금을 금지한 만큼 은행을 통한 가상통화 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1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를 준비했던 은행들은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이미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 도입을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은 정부 방침을 확인한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신한은행과 마찬가지로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 도입을 무기한 연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과 농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방침을 최대한 따른다는 입장"이라며 "소비자 권리 등을 충분히 고려해 서비스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신규 발급은 물론 기존 계좌에 추가로 입금하는 것도 금지된다. 신한은행은 정부가 잠정적으로 정한 일정보다 빠른 오는 15일부터 입금을 금지한다고 밝혔고 농협은행, 기업은행 등도 20일 이후에는 기존 가상계좌에 입금을 금지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가상통화거래소의 가상계좌와 동일 은행의 실명이 확인된 계좌간 입출금만 허용하겠다는 가상통화 실명제를 발표했다. 정부는 오는 20일까지 은행들이 시스템을 갖추면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재개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가상통화 거래에서 손을 떼려는 건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강도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범정부 차원에서 거래소를 통한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라며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법무부 장관 발언은 부처간 조율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은행들은 이미 가상통화 거래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는 것도 이유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려면 가상통화가 무엇인지 정의부터 내려야 하는데 정부는 현재 가상통화에 대해 일치된 정의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스스로 판단하라고 하면 어떤 은행도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며 "가이드라인 등 명확한 근거 없이는 가상통화 거래를 재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가상통화와 관련해 자금세탁 방지의무 이행실태를 점검하는 것도 은행에 부담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특정 서비스에 대해 고강도 검사를 하면 은행이 해당 서비스를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들이 가상계좌를 발급하지 않아도 가상통화거래소가 당장 문을 닫는 건 아니다. 거래소 법인계좌에 직접 돈을 받아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인계좌는 가상계좌처럼 실시간 입출금이 어려워 대규모 고객을 관리하기는 어렵다. 특히 출처가 불투명한 자금 유입을 막을 방법도 없어 부작용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상계좌를 끊으면 법인계좌를 통해 가상통화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며 "무통장입금 등이 가능해지는 것인데 이 경우 자금의 출처를 아예 파악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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