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도 아니고 금융상품도 아니며 사행성 투기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법무부가 지난달 중순 마련한 문건에서 가상화폐를 정의한 대목이다. 특히 '전자적 증표'라는 표현도 썼다. 그후 한달이 지난 시점, 박 장관은 간담회에서 "화폐가 아니기에 가상증표 정도로 보는 게 정확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가상화폐 관련 이날 오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애초 코인이란 명칭이 잘못됐다"며 "일종의 가상증표"라 밝혔다. ‘증표’라는 단어가 정부 내 공감대를 이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 역시 법무부 대책에 일정한 공감대를 가졌다는 방증이다. 가상화폐 대책의 다른 한축인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법무부 의견에 동의했다. “법무장관의 말씀은 조율된 것이고 각부처가 서로 할 일을 협의하면서 하고 있다”(최 위원장)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다면 이와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을 거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오후들어 박 장관 발언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청와대는 정확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거듭된 요청에 "확정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이 될 것"이라 밝혔다.
법무부도 해명자료에서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2017. 12. 28.)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정부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열어 놓고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법무부는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을 준비해왔으며 추후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 밝혔다.
박 장관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자 청와대가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반대한다"는 글이 급증했다. 일각에선 실제 내부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법무부와 금융위간 협의는 마무리됐지만 전체 논의를 총괄하는 국무조정실, 경제수장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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