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미래 전략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자동차 기업이라는 '기본'에 집중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착실하게 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말자는 게 정 부회장의 스타일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정 부회장은 기자들을 만나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려면 제대로 하려고 한다"며 "실속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급하게 다른 기업을 쫓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이날 오후 넥타이를 매지 않은 편안한 차림으로 일본 토요타·닛산,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포드 등 자동차·부품 업체는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파나소닉 등 글로벌 전자업계 전시관을 돌며 기술 동향을 파악했다. 특히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톤 부스를 찾은 게 눈길을 끌었다.
정 부회장은 나흘간의 CES 기간 동안 브라이언 크르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인텔의 수석 부사장이자 모빌아이 CEO겸 CTO(최고기술책임자)인 암논 샤슈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크리스 엄슨 오로라 CEO 등을 만나 협업을 논의한다. 모두 글로벌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기업의 CEO들이다.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자율주행차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정 부회장은 "(CES를 둘러보니) CD가 없어지는 것처럼 몇 년 후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 것 같다"며 "자동차가 등장하며 말이 없어진 것처럼 (자동차 산업도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차로 바뀌면 일하는 방식이나 모든 게 달라져야할 것"이라며 "경쟁사들도 다 비슷한 처지로 ‘누가 먼저하느냐’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보다 더 ICT같은 기업이 돼야 한다"며 변화 방향을 제시했다.
안전·보안·품질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최근 논의가 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도 상품을 잘 만들면 큰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포르쉐 정도의 품질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차가 ‘포르쉐 911'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중국 시장 부진 등으로 경영 상황이) 굉장히 심각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중국 시장에서 90만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다 보긴 하는데 (악성) 글을 많이 보면 둔해지는 게 큰 문제"라며 "말이 되는 악성 댓글이라면 ‘내 탓이오’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더 잘 해야한다’ 이게 제일 정답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그렇게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게 행운"이라며 "만약 관심이 없어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게 더 무서운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고민도 털어놨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냐는 질문에 "소주가 필요하다"며 "(그런 이야기는) 한잔하면서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1970년생 ‘개띠’로 올해 마흔 여덟이다.
아울러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과연 최선을 다했는지도 (돌아본다)"며 "요즘 교회도 다니는데 후회도 많고, 건강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운전 실력은 어떨까. 그는 "라이선스를 딴 건 아니지만 대학 때 짐카나(광장의 복잡한 코스를 빠져나가는 경기)도 나가고 레이스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웠다"며 "직접 하면 연구소 직원이 할 일이 없어진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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