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가상통화 대책 목표가 '투명한 투기판'?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18.01.10 17:36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가상통화 거래가 광풍 수준으로 번지면서 정부의 대응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 주도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을 때만 해도 분기별로 TF를 개최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수차례의 특별대책이 나올 정도로 정부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하지만 정부 대책의 약효는 먹히지 않고 있다. '거래소 폐쇄도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고 했지만 가상통화 가격은 계속 우상향이다. '규제하겠다'는 정부 대책 발표에 가격이 급락했다가 이내 회복하고 더 오른다. 이 때문에 정부 대책 발표 시점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부 대책 발표 때마다 가상통화업계는 "정부 대책을 환영한다. 안전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호응한다. 정부는 가상통화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정부의 규제 대책을 수용하고 따름으로써 자신들이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다고 느낀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가 시장에 정확한 시그널을 주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실제로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과 대책의 실제 내용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가상계좌 발급 문제도 그렇다. 정부는 지난해말 은행들의 가상통화 거래소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금지시켰지만 거래실명제 시스템을 구축하면 다시 계좌 발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들이 수익만을 쫓아 무분별하게 가상계좌를 발급해줬다', '불법거래에 활용될 가능성이 큰 가상통화 거래를 은행들이 오히려 방조,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거래실명시스템을 갖추면 가상계좌를 다시 열어줘도 되는줄 알았던 은행들은 해도 된다는건지, 하지 말라는건지 혼란스럽다.

김진형 금융부

정부 대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도 헷갈린다. 정부는 가상통화에 대해 '비이성적 투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가상통화 거래를 '폰지 사기'에 비유했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비트코인은 거품이 확 빠질 것이다. 내기해도 좋다"고까지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상통화 거래소가 실제로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투명한 거래 시스템을 갖추는데 맞춰져 있다. 자금세탁 방지와 실명확인 등을 통해 시세조정, 다단계사기, 유사수신 등 각종 불법적인 문제들을 걷어내겠다는 것이다. 폰지 사기이고 가격이 급락할 거라면서 가상통화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거래할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정책의 목표가 가상통화 거래를 막을 수 없으니 '투명한 투기판'을 만들어 주는 건지, '김치프리미엄'이라 불리는 한국만의 투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가상통화 거래 자체를 근절시키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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