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최저임금 인상과 알바 장벽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8.01.10 04:4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1년 이상 경력자 구함'. 여느 회사의 전문직 채용 공고가 아니다. 요즘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원하는 아르바이트(알바)생의 조건이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도 지난해말 알바 직원 2명을 내보내고 3년 경력의 알바생 1명을 새로 뽑았다.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많은 8300원을 주기로 했다.

A씨는 "매년 수익은 줄어드는데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돼 부담스럽다"며 "지난해 수준으로 인건비를 유지하려면 초보 알바 2명 몫을 하는 경력자 1명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을 제대로 못하는 초보 알바생에게 높은 시급을 주면서 교육 시키고 싶지 않다"며 "기껏 일을 가르쳐 놓으면 (알바생이)관두기 때문에 점주 입장에선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새해 벽두부터 곳곳에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불고 있다. 주요 사립대들이 청소원 일자리를 아르바이트로 대체하면서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고,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는 직접 고용하던 경비원들을 전원 해고하고 위탁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상당수 편의점과 PC방, 식당에선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주인이 매장을 지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2018년 최저임금'을 16.4%(6470원→7530원) 인상하기로 결정한 이후 현장에서 쏟아진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발표 직후 실시한 각종 조사에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절반 가까이가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 운영하는 점포가 상당수인 편의점 업계는 파장이 더 크다. 편의점 본사들이 가맹점의 전기료, 간판유지비 등을 지원하는데 저마다 수백억원을 내놨지만 최저임금 인상 쇼크에 빠진 가맹점주들을 달래지 못하는 분위기다. 수년간 가파르게 증가하던 편의점 신규 출점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둔화되고, 연말에 폐점이 증가한 것도 이를 반영한 현상이다.


편의점 업계가 경쟁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무인 점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이미 편의점에 들어온 손님이 물건을 골라 직접 결제하는 셀프 시스템이 자리잡은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와 국내 최저임금 인상 기조가 맞물려 무인 편의점 확산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손님이 뜸하지만 인건비가 더 높은 심야시간은 알바 인력을 대체할 무인 시스템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보다 편의점이 더 많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AI(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 시스템으로 무장한 무인 점포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편의점들이 무인 점포 개발에 적극 나선 것은 인력난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근무할 인력을 유치하려고 퇴직한 중장년층부터 주부, 심지어 일본으로 유학온 외국학생 등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할 정도다. 이젠 집 앞 편의점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구해 용돈을 버는 경험조차 어려워진 한국과는 그 출발부터 차이가 있다.

송지유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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