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처럼…12.7cm 소인이 되면 1억원이 120억원으로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8.01.10 06:00

[히스무비] ‘다운사이징’…가난한 거인이냐, 부유한 소인이냐

“당신이 그런 일을 하면 얼마를 주겠다” 식까지는 아니지만, 사는 동안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버려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선 순간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사이즈를 줄이는 획기적인 기술이 나와 ‘줄어든 크기만큼의 비율로 재산을 더 얻는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소재는 비슷하지만, 접근은 완전히 다른 이 영화는 아직 그런 기술이 실현되지 않았는데도 보는 내내 고민을 안겨준다. 집을 ‘다운사이징’할 것인가, 내 몸을 ‘다운사이징’할 것인가.

인구과잉이 문제가 된 시대, 노르웨이의 한 기술진이 인간을 비롯한 유기체의 무게를 2744분의 1, 부피는 0.0364%로 축소하는 다운사이징 기술을 개발한다. 이 기술은 식량 문제나 폐기물 등 환경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몸이 줄어드니, 사는 환경도 작아진다. 그러니 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1억 원의 가치는 120억 원으로 껑충 뛰어 평생 저택에서 놀고먹을 수 있다. 남은 문제는 오로지 내 몸을 작게 만들 의지가 있느냐 뿐이다.

폴 사프라넥(맷 데이먼)은 작업치료사로 일하며 평범하고 살지만, 늘 부족한 재정으로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느 날 몸을 줄여 새로운 삶을 사는 동창생이 나타나면서 다운사이징에 대한 의욕을 불태운다.

결국 아내와 함께 수술을 받기로 한 폴은 12.7cm의 소인으로 변신한다. 행복이 눈앞에 있는 듯했으나, 겁먹은 아내가 수술 직전 포기하면서 폴의 인생도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소인을 위한 도시 ‘레저랜드’에 도착한 뒤 폴이 겪는 인생은 ‘거인’으로 살았던 인생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아내와 이혼하면서 거액의 위자료를 물며 다시 쪼들리는 생활을 이어가야 했고 부의 평등이 실현될 줄 알았던 환상의 소인국에서도 이윤을 위해 속이는 부류나 최악의 가난을 여전히 이어가는 아시아계 여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운사이징 기술이 정치적으로 역이용되는 사례도 목격된다.



영화는 신기술이 낳은 문명의 이기가 야기하는 거인국과 소인국의 마찰이나 대립을 조명하지 않는다. 대신 소인국의 생활 자체에 국한해 그들이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유토피아적 환상에 매달리며 현실적 얘기보다 이상적 철학에 집중한다.

평범하게 살았던 치료사가 베트남에서 온 반체제 인사인 소인 녹 란 트란(홍 차우)의 입김에 흔들려 가난한 이들의 구세주로 변해가는 모습은 거인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참 인생의 맛’을 제대로 인식하는 깨달음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기술로 시작한 영화가 점점 루소의 ‘자연주의’ 외침에 부응하는 식으로 변해가는 흐름은 호기심으로 채워진 전반부의 재미를 점점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가벼운 놀이로 시작했다가 무거운 철학 메시지를 듣고 온 느낌이랄까.

후반부 재미는 잃었지만, 어쩌면 우리 현실을 가장 정확히 뇌까린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맷 데이먼은 인류의 첫 테스트 전사 역할을 ‘마션’에 이어 이번에도 마다하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11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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