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홍모씨(30)는 최근 한 방송에서 암호화폐로 수십억을 벌었다는 사람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홍씨는 "20대 초반 청년이 암호화폐로 내 연봉의 수백배를 벌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허탈했다. 남이 돈 벌었다는데 질투심이 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 누가 암호화폐로 대박났다는 소식도 이제 그만 듣고 싶다"고 털어놨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시기하고 질투해 속이 상할 지경이라는 뜻이다. 최근 암호화폐로 돈을 벌었다는 투자자가 늘면서 이들을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9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기심은 잘못된 감정이 아니라 뇌에서 조건반사적으로 일어나는 본능적 감정이다. 시기심은 누구에게나 발현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므로 시기심을 느낀 것에 대해 자책할 필요가 없다.
시기나 질투의 감정은 두뇌의 변연계에서 생겨난다. 변연계는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거나 조절할 수 없는 포유동물이 느끼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감정을 다루는 곳이다. 다른 포유류 동물과 달리 인간은 전두엽이 발달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지만 내면세계에서 떠오르는 원초적 감정인 시기나 질투심마저 억누를 수는 없다.
피터 케이브 미국 뉴욕대 철학 교수는 저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에서 '논리 균형 감각'(logical symmetry)으로 시기심의 이유를 설명한다. 케이브는 "나보다 잘나가던 사람의 불행을 보며 고소해하는 까닭은 무너진 '평등'이 다시 회복됐기 때문이다. 시기심은 그런 평등의 부활을 기뻐하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시기심은 억누를 수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가급적 자괴감을 느끼거나 남을 미워하는 감정보다는 긍정적인 자극을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신과전문의들은 "시기심은 자존심과 연결돼 있다. 자존심이 상해서 타인을 시기하는 게 아니라 타인을 시기하는 동안에 자존심은 다치고 있다. 시기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존심은 더욱 오래 멍들고 상한다"며 "사촌이 산 땅이 부럽다고 해서, 그 땅에 집착하기보다는 내가 추구하는 행복과 가치관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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