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교육도 천편일률 주입식? '부모 책임' 가르쳐야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진달래 기자 | 2018.01.07 15:42

[미숙한 부모 '키더런트' 보듬자]⑤선진국은?…방법론 아닌 부모 역할·책임 교육 중요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서울 한 구청에서 운영하는 부모교육 프로그램 첫 순서는 '아동기 효과적인 학습법'이다. 그 이후에도 '아이의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방법', '아이 놀이법' 등 방법론에 대한 각종 교육이 이어진다.

다른 공공기관의 부모 수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개 신청자에 한해 동일한 내용으로 진행하는 식이다. 영유아 아동 부모가 스스로 신청해야 들을 수 있는데 가르치는 내용도 맞춤형보다는 일률적 프로그램에 가깝다는 얘기다.

최근 연이은 아동학대 사건으로 '방법'에 초점을 맞춘 우리 부모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특히 미숙한 부모인 소위 '키더런트'(kid+parent, 아이와 부모의 합성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주요 방안이기 때문이다.

선진국 사례와 비교해도 가장 큰 차이도 여기에 있다. 아이를 '잘' 키우는 법만이 아니라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 역할과 책임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다.

미국·독일·네덜란드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부모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아동학대 등을 예방하는 데 교육 초점을 맞췄다.

도현심 이화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은 임신 중 건강 관리, 신생아의 신체적 보살핌 방법 등에 치중돼 있다"며 "중요한 건 부모역할, 부모됨의 의미, 올바른 양육신념과 아동관을 배우는 것인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는 100% 의존해야 하는 존재로 태어나는데 부모 역할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면 산후우울증, 양육 스트레스 등이 생겨 아동학대 등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배운 만큼 부모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부모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세계적인 부모교육 프로그램인 '인크레더블 이어스'는 0세에서 12세까지 아동을 둔 부모를 대상으로 세분화 된 교육을 제공한다. 부모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교육은 물론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부모의 올바른 훈육 방법, 아이가 엇나가지 않게 지도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미국에서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캐나다·영국·뉴질랜드·호주 등 20여 개국에서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국내외 부모교육의 또 다른 차이점은 '맞춤형 여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부모교육은 부모 집단을 크게 일반부모·취약계층·고위험집단 등 3가지로 분류해 제공한다. 취약계층은 아동학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10대 부모·이혼가정·다문화가정 등이고 고위험집단은 아동학대가 발생한 가정, 약물 혹은 알코올 중독 부모의 가정이 대상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아동의 연령, 부모의 여건 등을 모두 고려해 1대1 장기 심리상담처럼 교육을 진행한다. 반대로 우리는 각 가정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교육 내용도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이혜숙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빈곤·저소득층 가정은 코디네이터가 꾸준히 관리하고 맞춤형으로 교육하는 분위기"라며 "우리 부모교육은 가족 해체위기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지 못하고 내용도 천편일률적이어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교육이 일회성·단기적으로 운영된다는 점, 본인이 나서 교육을 신청해야 한다는 점 등도 우리 부모교육의 한계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미성숙한 키더런트, 취약계층 등 아동학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가정은 정작 부모교육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김지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부모교육에 참여하는 이들은 이미 교육의 필요성을 알고 있는 부모"라며 "정작 교육이 필요한 부모들은 교육받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해 적절한 교육이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65년 연방정부차원에서 저소득층 가정의 육아를 지원하는 '헤드 스타트'(Head Star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저소득층 가구 부모를 대상으로 '육아법'를 가르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순히 아이 교육에 대한 무상 지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아이와 놀아주면서 정서, 창의력 등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준다.

국내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난다. 이미화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조정본부장은 "지난해부터 여성가족부와 합동으로 아동학대 대책 방안을 위한 부모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예비부모·취약 가정 등을 상대로 맞춤형 교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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