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은 “출연연이 4차 산업혁명시대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옛 경영 시스템을 손볼 필요가 있다”며 현행 ‘PBS(Project Based System, 연구과제중심운영제) 제도’를 비롯한 비효율적인 제도를 개선할 방안들을 제시했다.
먼저 손 부원장은 “PBS는 산·학·연 간 경쟁체제를 만들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그 취지와 다르게 연구자들이 연구보다 과제 수주에만 매달리고, 단기 성과만 쫓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1996년부터 시행된 PBS는 국가연구사업을 프로젝트 중심, 경쟁체제로 운영·관리하는 제도다. 기존 정원 기준으로 인건비를 지원하던 방식은 PBS 시행 후 연구과제 총 비용에 인건비를 계상해 지원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2016년 기준 출연연 인건비 재원 구성 비중을 보면 출연금에서 지급하는 기본 인건비가 53.3%, 경쟁수탁과제를 통한 인건비가 36.3%, 정책지정사업을 통한 인건비가 10.4%였다.
손 부원장은 PBS 개선안으로 출연연 임무 유형 별로 기본 인건비 비중을 차등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기초·원천 R&D(연구개발)를 맡는 출연연은 80% 이상, 대형·공공형 R&D의 경우 70% 이상, 산업연계형은 60% 내외로 비중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기초연구 예산은 연구자가 아닌 학문 분야 특성에 맞춰 지원하고, 출연연 주요사업은 묶음예산(블록펀딩)으로 지원해 출연연이 스스로 사업을 기획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기준을 높이자는 의견도 내놨다. 손 부원장은 “예타가 필요한 총 사업비 기준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현실화하고 적기에 기술이 사회·경제에 투입될 수 있도록 조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부원장은 전문성·유동성 확보를 위한 연구직 고용 형태 개편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테면 일본 이화학연구소처럼 5~10년간 임기로 고용하는 임기직 연구원, 즉 ‘국가연구원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학연구소를 비롯한 일본내 국책 연구소는 임기직 연구원을 고용해 고급인력으로 양성한 뒤 대학 및 기업으로 진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본 대학·기업의 연구직 88%가 임기직 연구원 출신이다.
이밖에 손 부원장은 “기관별 ‘독립평가위원회’를 상시 운영해 자체평가의 전문성·책임성을 제고하고 경영평가와 연구평가를 분리한 후 연구평가의 평가주기를 5∼10년 단위로 확대하자”는 제안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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