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성과 좇는 PBS 부작용...출연연 경영시스템 손봐야"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8.01.08 04:01

[인터뷰]손병호 KISTEP 부원장..국가연구원제 도입 등 고용형태 개편도 필요

손병호 부원장/사진=KISTEP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탈원전 정책 여파로 올해 정부 수탁과제가 줄어 울상이다. 솔직히 말하면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한 가득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소속 연구자라고 하면 대표적인 고액연봉자로 따박따박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직종으로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불안한 구석이 적지 않다. 연구자들의 인력비는 크게 정부 수탁과제에서 나오는 인건비, 정부 출연금으로 충당하는 기본 인건비로 나뉜다. 원자력연구원은 이중 수탁과제 비중이 낮아진 경우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은 “출연연이 4차 산업혁명시대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옛 경영 시스템을 손볼 필요가 있다”며 현행 ‘PBS(Project Based System, 연구과제중심운영제) 제도’를 비롯한 비효율적인 제도를 개선할 방안들을 제시했다.

먼저 손 부원장은 “PBS는 산·학·연 간 경쟁체제를 만들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그 취지와 다르게 연구자들이 연구보다 과제 수주에만 매달리고, 단기 성과만 쫓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1996년부터 시행된 PBS는 국가연구사업을 프로젝트 중심, 경쟁체제로 운영·관리하는 제도다. 기존 정원 기준으로 인건비를 지원하던 방식은 PBS 시행 후 연구과제 총 비용에 인건비를 계상해 지원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2016년 기준 출연연 인건비 재원 구성 비중을 보면 출연금에서 지급하는 기본 인건비가 53.3%, 경쟁수탁과제를 통한 인건비가 36.3%, 정책지정사업을 통한 인건비가 10.4%였다.

손 부원장은 PBS 개선안으로 출연연 임무 유형 별로 기본 인건비 비중을 차등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기초·원천 R&D(연구개발)를 맡는 출연연은 80% 이상, 대형·공공형 R&D의 경우 70% 이상, 산업연계형은 60% 내외로 비중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기초연구 예산은 연구자가 아닌 학문 분야 특성에 맞춰 지원하고, 출연연 주요사업은 묶음예산(블록펀딩)으로 지원해 출연연이 스스로 사업을 기획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기준을 높이자는 의견도 내놨다. 손 부원장은 “예타가 필요한 총 사업비 기준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현실화하고 적기에 기술이 사회·경제에 투입될 수 있도록 조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부원장은 전문성·유동성 확보를 위한 연구직 고용 형태 개편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테면 일본 이화학연구소처럼 5~10년간 임기로 고용하는 임기직 연구원, 즉 ‘국가연구원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학연구소를 비롯한 일본내 국책 연구소는 임기직 연구원을 고용해 고급인력으로 양성한 뒤 대학 및 기업으로 진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본 대학·기업의 연구직 88%가 임기직 연구원 출신이다.

이밖에 손 부원장은 “기관별 ‘독립평가위원회’를 상시 운영해 자체평가의 전문성·책임성을 제고하고 경영평가와 연구평가를 분리한 후 연구평가의 평가주기를 5∼10년 단위로 확대하자”는 제안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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