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학의 혁신'…이제 필연이다

머니투데이 문승태 순천대 교수 | 2018.01.08 04:50

문승태 순천대 기획처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학령인구의 감소는 한국사회를 급격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토마스 프레이는 대학이 제공하는 지식과 미래 산업수요와의 미스 매치(miss match)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2030년이면 세계대학의 절반이 사리진다고 했다. 한국대학도 변화의 소용돌이에 이미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여러 악조건 속에서 생존과 발전을 동시에 이뤄야 하고 미래 인재까지 양성해야만 한다.

교육부는 최근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대학의 자율성, 공공성, 책무성 강화다. 학령인구 급감시대에 교육부는 대학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둔 정책을 제시할 것이다. 하지만 향후 5년 이내에 3분의 1이상의 대학이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정부 정책에 맞춘 '대학 개조'로는 대학의 생존과 발전을 장담할 수 없다.

대학이 아무리 기본역량을 갖춘다고 해도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15년 53만명이던 대학 진학자 수가 2023년이면 40만명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대학이 살아남는 길은 남보다 몇 발 앞선 혁신밖에 없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새로운 영역 개척과 필요한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농업과 생명과학, 핀테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스마트 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각광받을 분야를 포함해 각 대학 실정에 맞는 분야를 '대학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학과와 단과대학의 혁신적 체제 개편을 통한 특성화 전략은 필수다.

새로운 교육체제의 설계만큼이나 열정적인 마음과 도전 정신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전+열정+시스템'으로 무장된 대학에서 배출된 인재들은 미래사회를 이끌어 나가는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배출된 인재들이 창업, 창직 등 도전적인 분야에 나선다면 청년문제의 상당부분은 풀릴 가능성이 크다. 대학 구성원들은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재들이 융복합 교육을 통해 얻은 전공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사회를 선도할 뿐 아니라 AI와의 공감을 통해 사회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둘째, 대학의 특성화는 지역사회와 연관돼 이뤄져야 한다. 지방분권 시대에 대학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지역발전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과 지자체와의 협력은 절대적이다. 지역과 대학은 같은 지역공동체 안에 있기 때문에 지자체 또한 대학의 가치를 '대학발전-지역발전-대학발전'을 가능케 하는 핵심 고리라는 인식으로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


앞서 서울시는 지역과 대학의 상생을 위한 '대학도시 서울'을 선포했다. 서울시가 관내 48개 대학을 적극 지원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서울시내 대학들이 지역사회 기여를 무기로 대학발전을 꾀한다는 측면에서 지방대학보다 유리한 조건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역대학들도 지역사회와 연관된 특성화 전략을 추구한다면 기회는 충분하다.

세계 최고의 산학연구단지인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이 지역에 있는 대학 특성화를 바탕으로 민·관·학의 협업 덕분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에 지역대학 성장론은 힘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도심재생·뉴딜 지역에 대학의 콘텐츠에 바탕을 둔 지역재생 계획이 없는 것은 아쉽다.
4차 산업혁명 도래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은 위기에 처할 것이다. 위기에 처한 대학에는 많은 것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대학의 자체 혁신이다. 그것도 고통을 수반한다.

물론 고통은 대학을 아프게 하겠지만 고통이 극복된 자리에는 웃음과 즐거움이 꽃핀다. 부족한 입학 자원, 수도권 대학 선호, 부족한 인프라는 모든 지역대학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내부의 주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 구성원들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스스로 가져야 한다. 사회는 대학이 지닌 가치를 대학 스스로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 <문승태 순천대 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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