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기만 하면 부모인가요?"… '키더런트'의 비극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8.01.04 03:00

[미숙한 부모 '키더런트' 보듬자]① 경제적 어려움 및 편견…학대 발생 가능성↑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지난달 31일 새벽 2시26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아파트. 세 아이가 잠든 작은 방에 불이 붙었다. 엄마 정모씨(21)는 아이들에게 이불을 덮은 뒤 베란다로 피했다. 당시 아빠 이모씨(22)는 PC방에서 게임에 빠져 있었다. 부모의 무관심 속에 아이들은 모두 질식해 숨졌다. 정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술에 만취해 새벽에 귀가한 뒤 거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이후 이불에 비벼 끈 '담뱃불'이 세 아이를 숨지게 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뒤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미숙한 부모, 이른바 키더런트(Kidarent, kid+parent)들에 대한 대책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광주 3남매 화재사건'처럼 아이를 셋이나 낳았지만,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모로서 능력과 책임감이 부족한 20대 부모가 개인의 행복이 충족되지 못한 분노를 자녀에게 푸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낳았지만 정작 ‘부모 자격’은 못갖춘 탓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부양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체적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아동학대 처벌 강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3일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간한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피해아동 건수는 2016년 1만8700건으로 2012년(6403건)보다 2.9배 늘었다. 최근 5년새 추이를 보면 신체학대가 5.8배(461건→2715건)로 가장 많이 늘었고, 정서학대 3.8배(936건→3588건), 성학대 1.77배(278건→493건) 등 전반적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여러 학대를 동시에 하는 ‘중복학대’도 2.97배(3015건→8980건) 늘었다. 학대행위자의 80.5%는 ‘부모’다. 아동학대 발생장소는 82.2%가 가정이고,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이 같이 사는 경우가 78.6%다. 집안 내 아동학대는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지속되기 때문에 피해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아동학대를 가한 부모 나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 19세 이하 '미성년자'나 20대 초반 부모의 경우 대다수 임신·출산을 감당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학업 중단과 경제적 어려움, 편견을 견디느라 학대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진단이다. 아동학대를 가한 미성년자 부모 비율은 2015년 74건(0.6%), 2016년 83건(0.4%) 등 꾸준히 발생하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3월5일 천안에선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후 6개월 된 딸을 이불로 덮어 숨지게 한 10대 어머니가 경찰에 붙잡혔다.지난해 7월 대구에서는 20대 초반의 부부가 3살짜리 아들 A군의 목에 애완용 개목줄을 채우고 사흘간 방치해 아들을 질식으로 숨지게 했다. 당시 A군의 몸무게는 10kg도 되지 않았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모 자격’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관계를 하면 생물학적으로 부모가 되지만, 사랑과 관심으로 양육할 자세가 안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교수는 “사회·경제·정신적 여건이 애 키울 상황이 안되니 신경질 나고 화풀이하다가 학대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자기 자신도 책임 못지는 10대 때 출산하면 경제력도 없고 준비도 안돼 있다”라며 “위기 부모가 되고 아이가 제대로 성장 못해 학대 피해자가 되고 다시 책임질 수 없는 부모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2016년 기준 학대행위자의 특성 중에는 ‘양육태도 및 방법부족’이 36.2%,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이 18.8%로 주를 이뤘다. 직업이 없는 경우(28.2%)도 대다수다.

부모의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부모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 교수는 “아동학대를 하는 심리적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면 부모가 제어를 할 수 있다”며 “혼인신고를 하기 전 최소 2시간 이상은 부모교육을 받도록 의무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대 아동 보호책 마련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가해자가 처벌받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없으면 애들이 어디로 가겠느냐”며 “학대 이후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결국 문제가 반복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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