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 맥주에 대한 수입관세가 사라진다. 2011년 한·미 FTA 타결 후 7년 유보기간이 만료되면서 올해 1월부터 관세가 붙지 않는다. 오는 7월부터는 EU(유럽연합) 맥주에 대해서도 관세가 철폐된다.
이에 따라 수입맥주의 공세가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수년새 수입맥주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맛, 혼술·홈술 트렌드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특히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강세여서 지난해 주요 대형마트와 GS25, CU등 대다수 편의점에서 수입맥주 판매량이 국산맥주를 역전했다.
주류업계는 가뜩이나 주세법상 유리한 구조인 수입맥주가 이번 관세 철폐를 계기로 시장점유율을 대폭 높일 것으로 본다.
수입맥주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진행하는 '4캔에 만원' 행사를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500ml 1캔에 2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은 국산 맥주와 주세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가능했다.
주세법에 따르면 주세는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해 산정하는데, 국산과 수입 모두 세율은 72%로 같다. 그러나 과세표준이 국산맥주는 '출고가',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로 다르다.
국산맥주는 모두 제조와 판매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관리비, 광고비 등 각종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출고가가 정해진다.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원가에 관세를 더한 가격(신고가)에 세금을 매기고, 마진 등 관련 비용은 나중에 포함한다. 과세표준 금액 자체가 낮아 수입맥주는 국산맥주보다 세금이 적게 부과된다. 국산 맥주업체들이 불리한 주세 구조로 수입맥주 대비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는 까닭이다.
상황이 이렇자 국산 맥주업체들도 맥주 수입을 더욱 확대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모회사인 AB인베브에서 다양한 맥주를 들여오는 한편, 국내에서 생산하던 '호가든'과 '버드와이저' 물량 일부를 수입산으로 대체했다. 소비자들이 국내 생산 제품이라는 이유로 외면하는 데다 주세도 훨씬 높은 탓이다.
롯데주류는 올해부터 몰슨 쿠어스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밀러 라이트'와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를 독점 유통·판매한다. 밀러는 버드와이저와 함께 대표적인 미국 맥주로 꼽힌다. 기린, 싱하, 블랑 등 맥주 5종을 수입·유통하는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발포주 '필라이트'를 내놓았다. 수입맥주의 저가 공세에 '12캔 1만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 철폐로 수입맥주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는 만큼 과세 역차별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며 "국산 맥주들은 사면초가에 놓인 셈"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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