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 '아이폰', 기로에 서다…흔들리는 '팬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 2017.12.28 16:48

애플, 고의 성능 저하 조치로 줄소송 사태 직면… 팬덤층 이탈 땐 심각한 타격 불가피

‘권불십년(權不十年)’. 지난 10년간 아이폰 하나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던 애플이 흔들리고 있다. 이용자 몰래 아이폰 성능을 떨어뜨리는 업데이트를 단행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안방인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굳건했던 아이폰 팬덤층에 일대 균열이 일면서 애플은 사상 최대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아이폰 팬덤은 애플이 지난 10년간 모바일 시장의 패권을 놓치지 않았던 핵심 동력이다.

◇줄소송 자초한 ‘아이폰 게이트’… 세계적 확산 조짐= 주요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 20일 고의적으로 아이폰 성능을 떨어뜨린 사실을 인정한 직후 미국 전역으로 애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현지 소송만 8건. 캘리포니아주의 한 아이폰 사용자는 9990억달러(약 1071조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스라엘에서도 애플이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다며 1억250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휘명과 한누리 등이 소송인단을 모집하는 국내에서도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애플은 지난해 12월부터 아이폰 운영체제(iOS) 업데이트(iOS 10.2.1부터 iOS 11.2.1까지)를 통해 배터리 잔량이 적거나 낮은 온도에서 아이폰 운영속도를 떨어뜨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사전 소비자 동의를 받지 않은 건 물론 명확한 사실 고지도 없었다. 그동안 관련 의혹에 함구하던 애플은 최근 IT 매체 긱벤치가 성능 저하 문제를 입증하는 테스트 결과를 내놓자 뒤늦게 해당 사실을 시인했다. ‘아이폰6·6S·SE’ 일부 구형 기종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런 꺼짐 현상을 해결하는 조치였다는 게 애플의 해명이지만, 소비자들의 신뢰에 금이 간 이후다.

◇‘팬덤층’ 이탈 우려 증폭… 기업 이미지·신뢰 손상 불가피= 애플의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 규모 등 소송 결과를 떠나 이번 사태로 애플이 입게 될 기업 및 제품 이미지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애플에 배신당했다’는 비난여론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고, 그나마 애플에 우호적이던 자국 IT 매체들까지 연일 비판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애플이 가장 우려하는 건 팬덤층 이탈이다. ‘애플빠’, ‘앱등이’ 등으로 불리는 아이폰 팬덤은 2007년 아이폰 출시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제품 구매로 애플이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든든한 발판이다. 2015년 말 애플이 FBI의 아이폰 잠금해제 요구(백도어 제공)를 거부할 수 있었던 것도 팬덤층의 강력한 지지와 유대감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2011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작고 이후 ‘혁신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줄곧 제기돼왔지만, 전세계적으로 굳건한 애플 팬덤 덕분에 위기론을 쉽게 잠재울 수 있었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열성적으로 좋아한 팬덤이 애플이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구축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됐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애플이 명백히 소비자를 기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같은 팬덤에도 이상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아이폰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올해 출시한 ‘아이폰8’과 ‘아이폰X(텐)’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교묘한 술수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 기만한 애플, ‘아이폰X’ 판매 부진 악재까지?= 전자제품 안전성을 위해 성능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데이트는 전자업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가령,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갤럭시노트7;에서 배터리 발화 문제가 발생하자 순차적으로 배터리 충전율을 제한하는 강제 업데이트를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사용자들에게 일일이 안내 문자를 발송했을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 이 사실을 공지했던 삼성과 달리, 애플은 고의적인 성능 저하 조치 사실을 숨겨오다 외부의 해명 요구에 사실을 시인했다. 이용자들이 만들어준 ‘왕좌’에 취해있던 애플이 결국 오만과 독선으로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는 평가다.

애플이 아이폰 출시 10년을 기념해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폰X’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주요 금융투자사들은 아이폰X 판매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중국 시노링크증권은 내년 1분기 아이폰X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보다 1000만대 적은 3500만대로 내렸다. 미국 리서치업체 JL워런캐피털은 부품 공급업체 주문량을 근거로 아이폰X 판매량이 올 4분기 3000만대에서 내년 1분기 2500만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법정에서 애플과 아이폰 사용자들이 대립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업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실제로 대규모 팬덤층 이탈이 이뤄진다면 모바일 시장 판도 자체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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