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돛 단 이천 택시면허…서울 2배 '1억7000만원'

머니투데이 이천(경기)=심재현 기자, 유승목 기자 | 2018.01.01 05:30

[신년기획/일자리로 뜨는 도시 (3)이천]SK하이닉스 낙수효과에 상권 온기·집값 들썩…3교대 직원 퇴근 밤 11시면 인근 상권 불야성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인근 부발읍 상권. 아파트 단지 건축이 한창인 가운데 분양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사진=유승목 기자
경기도 이천의 개인택시 번호판(면허) 거래가격이 1억7000만원을 찍었다. 7~8년 전만 해도 1억원 언저리였던 게 최근 몇 년새 급등했다. 비슷한 가격이었다가 역주행해 8000만원선까지 시세가 떨어진 서울지역 면허 거래가의 2배가 넘는다. 웬만한 소형 점포 창업자금이다.

개인택시 면허가 비싸진다는 것은 그만큼 택시를 타는 손님이 늘었다는 얘기다. 지역에 돈이 돈다는 것이다. 택시 면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총량을 규제하기 때문에 택시를 하고 싶어하는 수요에 따라 지역별로 민간시장에서 보증금 내지 권리금 성격의 비용에 거래된다.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지역 경기를 드러내는 '숨은 지표'로 쓰이는 이유다. 2017년 정유년이 저물어가는 12월27일 이천시청 앞에서 만난 20년 경력의 택시운전사 김모씨(51·S운수)는 "요즘 같으면 택시 할 만하다"고 했다.

시에서 택시 면허를 늘린다고 하는데도 면허 가격이 올라가는 건 198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천시는 당초 국토교통부의 일괄 방침에 따라 올해 택시 면허를 34대 취소할 예정이었지만 지역 수요를 반영해 2014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9대 늘리기로 계획을 바꿨다.

김익정 이천시청 기업지원과장은 "SK하이닉스 효과"라고 설명했다.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슈퍼호황과 SK하이닉스 이익 확대의 낙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실트론·CJ제일제당·현대아이비티·현대오토넷·팬택앤큐리텔 등 알토란 같은 기업들이 떠난 자리를 SK하이닉스가 메웠다.

SK하이닉스는 현대전자 시절이던 1983년부터 이천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그룹에 인수된 지 2년 만인 2014년 제조라인 증설을 시작하면서 종업원을 대폭 늘렸다.

2017년 한해 이천 사업장에서 신규 채용한 직원도 1000명이 넘는다. 2016년에도 600명 이상 채용했다. 현재 이천 사업장에는 SK하이닉스 직원이 1만5000여명, 10여개 협력사 직원이 2400명 근무한다.

이천시 전체 8만6965가구를 감안해 부양가족까지 합하면 도시 인구의 20% 정도가 SK하이닉스 울타리 안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천시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천시 인구는 22만450명으로 2011년 20만4566명에서 1만6000명 가까이 늘었다. 특히 2016년과 지난해만 합계 1만명 가량이 늘었다.

이 지역이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상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된 인구유입억제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인구증가라는 게 이천시청의 설명이다.

수정법은 이천시 인구증가 억제를 위해 대학이나 병원 유치까지 금지한다. 이천시 인구는 2000년대 들어 2012년까지 자연증가 수준인 연평균 15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천시가 2014년부터 4년 동안 경기도 내 고용률 1위를 한번도 놓치지 않은 배경에도 SK하이닉스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천시 15세 이상 인구 17만6700명 기준으로 지난해 상반기 고용률은 64.6%(11만4200명)를 기록했다.

2012년까지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12위에 머물던 고용률이 극적인 상승세를 보인 시기는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 이후 이천 사업장 증설과 맞물린다.


이천상공회의소는 SK하이닉스 덕에 이천지역으로 유입된 자금이 2016년에만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한다. SK하이닉스는 2016년 법인지방소득세 729억원을 비롯해 취득세와 재산세 등으로 총 1054억원의 지방세를 냈다.

임진성 이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SK하이닉스가 사업장 증설 등으로 이천시에 등록된 기업에 발주한 공사도 1920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6년의 3배가 넘는 12조원을 바라보면서 올해 법인지방소득세는 최소 1100억원, 최대 1700억원까지 예상된다. 이천시는 올해 정기예산으로 9000억원을 편성, 추가경정예산이 잡히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 이천시 재정자립도도 올해 51%로 지난해보다 7%포인트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통계가 잡히진 않지만 지역 상권에도 온기가 도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 정문 앞 부발읍 상가는 하룻밤 새 '이모작'을 하는 지역상권 명소가 됐다. 오후 6시 퇴근하는 사무직 임직원이 훑고 지나간 상가는 저녁 9시쯤 조용해졌다가 생산라인 3교대 근무자가 퇴근하는 밤 11시가 되면 서울 강남 못지않은 불야성을 이룬다. 낮에도 상가 인근 유료주차장에서 차를 댈 곳을 찾기가 어렵다.

부발읍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송모씨는 "이천시 전체가 SK하이닉스 월급날을 기다린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창전동 음식점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요즘 같은 때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가 아닌 이상 자정 넘어까지 상가 불이 환한 곳은 전국에서도 몇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민들의 지갑이 두둑해지면서 부동산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이천 시내 오피스텔 전세시세는 3.3㎡당 653만원으로 1년 전보다 5.8% 올랐다. 매매가격도 같은 기간 3.3㎡당 20만원 이상 올랐다.

부발읍 H부동산 중개인은 "평당 100만원이던 주택이 400만원에 거래됐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사업장 맞은편 주택·상업지구에선 아파트 단지 건축이 한창인 가운데 '마지막 투자 기회', '선착순 분양 중'이라는 분양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강승균 이천시청 공업민원팀장은 "중소도시일수록 기업 발전이 곧 지역 발전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며 "여전히 규제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기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시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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