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향한 시선 집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규모 M&A(인수합병)로 거의 매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그였다. 1981년 도쿄에서 설립한 니혼소프트뱅크를 전신으로 한 소프트뱅크는 2006년 영국 보다폰의 일본법인을 사들이며 이동통신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일본 이동통신 업계에서 3위로 급부상한 뒤 2013년에는 미국 4위 이동통신회사 스프린트를 1조8000억엔에 인수해 업계 1위 NTT도코모를 바짝 추격했다. 지난해엔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회사 영국 ARM을 일본 M&A 역사상 최대액인 3조3000억엔에 깜짝 인수했다.
소프트뱅크의 ‘실험’은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5월 10조엔 규모의 비전펀드 출범을 공표하며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벤처에 투자하는 비전펀드는 일단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이 펀드 조성액은 전 세계 벤처캐피탈 투자총액에 맞먹는다.
손 회장은 지난해 10월 출범 계획을 밝힌 뒤 반년여 만에 목표액 10조엔 대부분을 조달했다. 소프트뱅크가 3조엔을 출자했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과 손잡았다. 여기에 손 회장은 지난 10월 “2년 후면 투자가 끝날 것”이라며 “앞으로 2~3년마다 제2·제3의 비전 펀드를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이 펀드는 손 회장의 ‘비전’을 엿볼 수 있는 매개이기도 하다. 그는 비전펀드를 설명할 때마다 “흩어져 있는 AI(인공지능), 로봇, IoT(사물인터넷) 등과 5G 무선 네트워크를 연결해 이것들이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혀 왔다.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 대부분도 AI와 IoT 관련 기업이라고 손 회장이 직접 소개한 바 있다. 알려진 곳으론 미국 메신저 개발사 ‘슬랙’, 미국 사무실 공유 서비스 업체 ‘위워크’, 디지털 지도 회사 ‘맵박스’ 등이 있다.
차량공유업체에 대한 ‘종횡무진 투자’도 두드러졌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5월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에 50억달러를 출자하기로 했다. 동남아 시장의 우버 경쟁사인 싱가포르의 그랩, 인도 올라, 브라질 99 등 세계 대부분의 유력 차량공유 업체 지분도 확보했다.
더 나아가 소프트뱅크는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들의 경쟁사이자 차량공유업계의 핵심인 우버에도 손길을 뻗었다. 올 11월 우버 이사회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컨소시엄의 100억달러 규모 투자안을 승인했다. 계획대로라면 소프트뱅크 측은 우버 이사회에 이사를 파견한다. 우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선 손 회장이 “모든 승차공유 세계를 통제하고 싶어한다”고 평가한다. 궁극적으론 그가 차량공유업체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가 비전펀드를 출범한 목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로 자율주행차 시장이다.
미래의 차량공유업은 최근 주목되는 신기술을 집대성할 자율주행차 주도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손 회장이 차량공유업체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자율주행차 관련 플랫폼 사업을 선점하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