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찌르는 '넛지 정책' 발굴…정책 효과 높인다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 2017.12.27 15:00

[2018 경제정책방향]신규정책 도입 전 실험 통해 효과 평가하는 '폴리시랩' 시범사업 선정도 추진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12월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2018년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하여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팔꿈치로 슬쩍 찌르듯' 다른 사람의 선택을 부드럽게 유도하는 행동경제학의 '넛지(Nudge)' 이론이 정부 정책에도 도입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이른바 '넛지 정책'을 발굴하기로 했다. 국민의 자발적인 합리적 선택을 이끌어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또 새로운 정책 도입 전 인과관계 실험을 통해 정책 시행의 효과를 평가하는 '폴리시랩'(Policy-lab) 시범사업 선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27일 내놓은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넛지 이론은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개념화한 것으로 강제성 없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일을 말한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 중앙에 파리 스티커를 붙였더니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 양이 줄었다는 사례가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이 이론을 정책에 활용하기로 했다. 아무리 좋은 의도의 정책도 국민 수용도가 낮아 쓰이지 않는다면 본래의 효과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끔 정책을 설계해 '저비용 고효율' 두 가지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넛지 정책의 효과는 해외 각국에서 이미 검증됐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선 체납고지서에 '주민의 90% 이상이 이미 납부했다'는 문구를 넣었더니 법적처벌을 강조할 때보다 납세율이 더 높았다.

국내에서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초등학교 앞 건널목 1m 안쪽에 노란색 발자국 마크를 표시한 결과 초등학교 앞 교통사고가 30% 줄었다는 분석이 있다.


정부는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넛지 정책을 발굴하고 국내 지자체 등에서 이미 효과성이 검증된 정책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 중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시범사업을 선정하고 행동경제학자와 관련 연구기관 용역을 거쳐 실제 정책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영국처럼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일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보건, 복지, 교육 등 사회 분야 신규 사업의 도입여부와 방식을 결정할 때 인과관계 실험 결과를 근거로 하는 '폴리시랩' 시범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역시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신규 사업 추진 전 효과성을 철저히 검증해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한정된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정부는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을 예시로 들었다. 핀란드는 올 초부터 무작위로 실업자 2000명을 선정해 2년간 월 7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빈곤감소, 고용창출, 건강상태 등의 효과를 분석한 뒤 정책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도 500억 이상의 재정이 투입되는 사회정책을 대상으로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계량적인 '정책적 분석' 요소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등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보다 엄밀한 실험을 통해 기존 예비타당성조사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폴리시 랩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보지 못하는 것을 더 면밀히 보며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과학적이고 더 나은 모습으로 개선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중 연구기관과 학계 등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2019년 시범사업을 선정, 시행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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