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시장흔든 10대 M&A] 총 3613조원어치 먹고 먹혔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7.12.28 03:30

건수 기준 작년보다 7.6%↓…4년 연속 4만건·3조달러 이상 유지
유통·미디어·IT업종 등에서 굵직 거래…M&A에서도 큰손 中…당국 규제로 위축

올해 세계 M&A(인수합병) 시장은 주춤했다. 작년보다 건수와 규모 모두 줄었다. 하지만 주요 업종에서 업계를 흔드는 굵직한 거래가 이어졌다.

M&A 시장 전문분석기관 IMAA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세계 M&A 건수는 작년보다 3.7% 감소한 4만7300여건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액 규모로는 7.6% 줄어든 3조3550억달러(약 3613조335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시장 위축은 해외 기업과 부동산을 싹쓸이하던 중국 자본의 위세가 주춤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심각해지는 국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대출 및 자본 유출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면서, 중국 관련 M&A가 감소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줄었지만, 세계 산업 지형과 경제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거래가 이어졌다. 업계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유통과 IT(정보통신), 미디어 업종에서 눈에 띄는 M&A가 계속 발표됐다.

올 한 해 시장에서 주목받은 10대 M&A 거래를 살펴봤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로고. /AFPBBNews=뉴스1

1. 아마존 vs 월마트, 美 유통 공룡 M&A 전쟁
미국 유통시장의 양대 산맥 아마존과 월마트는 올해 ‘왕좌’를 건 치열한 M&A 전쟁을 벌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넓히자, 월마트는 온라인 역량 강화로 반격했다.

먼저 시장을 흔든 건 아마존이었다. 아마존은 지난 6월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업체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을 137억달러(약 14조7500억원)에 인수했다. 미국에서만 3000만명 가량의 회원을 보유한 아마존이 오프라인 식료품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에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이에 맞서 월마트는 온라인 사업 강화에 역량을 집중했다. 회사 이름도 ‘월마트 스토어’(Wal-mart Stores)에서 ‘월마트’(Walmart)로 교체했다. 오프라인 판매점을 연상시키는 ‘마트’라는 단어를 빼고, 자사 온라인 웹사이트 ‘월마트닷컴’과 명칭을 일치시키면서 온라인 유통에 사활을 걸겠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해석됐다. 월마트 온라인 매출은 올해 3분기 작년 동기 대비 50% 성장하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아마존은 홀푸드마켓 이외에도 스마트홈 보안카메라 업체 ‘블링크 홈’, 인공지능(AI) 컴퓨터 보안 서비스 기업 ‘하베스트 AI’, 회의 플랫폼 개발 기업 ‘두닷컴’ 등 십여 개 기업을 인수하며 영역 확장에 열을 올렸다.

일본 전자업체 도시바의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 /AFPBBNews=뉴스1

2. 도시바, 메모리 사업 매각…SK하이닉스 포함 한·미·일 연합 인수
미국 원자력발전 사업의 실패로 극심한 경영난에 빠진 도시바가 올해 초 알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매물로 내놓자, 세계 IT(정보통신) 업계가 들썩였다. 누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세계 반도체 업계 지도가 바뀔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물론 중국, 한국 등 주요 IT기업들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중국 폭스콘은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30조원이라는 거액을 인수가로 제시했다. 하지만 기술 유출을 걱정하는 일본 내 반중(反中)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애플 등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반도체를 손에 넣었다. SK하이닉스는 10년 동안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의 기밀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조건으로 지분 15%를 4조원에 확보했다.

도시바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 매각 이후 지난달 약 6조원 규모의 증자에 성공하는 등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AFPBBNews=뉴스1

3. AT&T-타임워너 빅딜…“CNN 팔아라” 트럼프 딴지에 곤혹

미국 2위 통신사 AT&T의 거대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 인수는 지난해 10월 발표됐지만, 올해 가장 뜨거운 M&A 중의 하나였다. 미국 법무부가 독점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AT&T의 타임워너 인수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가 딴지를 걸고 나선 진짜 이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타임워너 소속 언론 매체 CNN의 갈등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자신에 비판적인 CNN을 ‘가짜 뉴스’라며 공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AT&T에 타임워너 인수를 위해서는 먼저 CNN을 매각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AT&T는 미국 제2위의 통신사며, 타임워너는 터너 브로드캐스팅(CNN·TBS·TNT·카툰네트웍스 등), 영화사 워너브라더스, HBO 등을 계열사로 보유한 복합 미디어 그룹이다. 양사가 합병하면 미국 최대 통신·미디어 그룹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월트디즈니 로고. /AFPBBNews=뉴스1

4. 디즈니, 21세기 폭스 인수…‘어벤저스’와 ‘X맨’ 만남 성사

올해 말 미국 미디어 업계를 재편하는 초대형 M&A가 발표됐다. ‘어벤저스’로 유명한 마블을 소유한 월트디즈니가 21세기 폭스 핵심자산을 인수하면서 ‘X맨’과 ‘아바타’도 품에 안았다.

월트디즈니는 이달 14일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미디어제국의 핵심인 21세기 폭스의 영화, TV 사업 등 핵심 자산을 주식 매입방식으로 524억달러(약 57조636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디즈니가 인수하는 폭스 자산은 21세기 폭스 영화, 텔레비전스튜디오, 국제 및 케이블 TV 사업 부문 등이다. 디즈니는 21세기 폭스의 부채 137억달러도 떠맡을 예정이어서 이번 인수가는 총 661억달러(71조9829억원)에 달한다.

디즈니는 이번 인수를 발판으로 세계 최고, 최대 영화사로 거듭나게 됐다. 디즈니는 현재 루카스 필름, 픽사, 마블 등도 보유 중이다. 여기에 폭스의 울버린, 판타스틱 포, 데드풀 등도 마블과 합쳐지게 됐다.

디즈니는 이후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에서 넷플릭스 등과 치열한 경쟁에 나설 계획이다. 세계 미디어 업계는 디즈니가 향후 업계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11월 2일 미국 백악관에서 미국으로의 본사 이전 계획을 발표한 혹 탄 브로드컴 CEO(최고경영자)를 뒤에서 잡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5.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의 도발…브로드컴, 퀄컴 인수 제안

세계 4위 반도체업체인 브로드컴은 지난달 세계 최대의 모바일 칩 업체 퀄컴 인수를 추진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수 금액은 부채를 포함 1300억달러(약 144조8850억원)에 달했다. 세계 반도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다.

브로드컴은 휴렛팩커드(HP) 반도체 사업부로 시작한 싱가포르 반도체 업체 아바고테크놀로지스가 전신이다. 아바고가 2015년 미 브로드컴을 인수해 사명을 브로드컴으로 바꿨으며, 최근 본사도 미국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성공하면 삼성전자와 인텔에 이어 세계 3위 반도체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 이번 인수제안은 퀄컴이 지난 1년간 애플과의 특허료 분쟁, 각국 정부의 과징금 부과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퀄컴은 브로드컴이 제안한 가격이 너무 싸다며 거절했다. 업계에서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상대로 적대적 M&A를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인텔과 모빌아이 로고. /AFPBBNews=뉴스1

6. 삼성전자에 ‘1위’ 내준 인텔, 이스라엘 모빌아이 인수…자율주행차 시장 진출

올해 삼성전자에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자리를 내준 인텔은 올해 3월 이스라엘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개발 업체인 모빌아이(Mobileye)를 153억달러(한화 약 17조5567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기반을 둔 모빌아이는 운전자에게 보행자나 차선이탈 등을 알려주는 ADAS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현재 인텔, 독일 자동차회사 BMW, 미국 자동차부품회사 델파이오토모티브 등과 손잡고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세계 PC, 서버용 CPU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인텔이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부상하게 될 신호탄으로 분석됐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로고. /사진=위키미디어

7.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 록웰 콜린스 인수…항공우주업계 역사상 최대 거래

올해 항공우주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가 성사됐다. 항공기 엔진 등을 만드는 미국 방산업체 유나이티드테크놀리지가 미국 항공기 부품업체 록웰콜린스를 230억달러(약 26조원)에 인수했다.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는 2012년 165억달러에 굿리치코프를 인수하면서 세운 자신의 항공우주업계 M&A 최대 거래 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웠다.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가 항공기 엔진과 바퀴, 랜딩기어 등에 특화됐다면 록웰콜린스는 조종석 디스플레이와 통신시스템 등에 강해 두 회사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업계는 이번 거래로 항공우주 부품시장에 지각변동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가 세계 양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과 에어버스의 차세대 항공기 개발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로서는 향후 수십 년간 안정적인 먹거리를 확보한 셈이다.

미국 워싱턴DC의 한 CVS 약국 모습. /AFPBBNews=뉴스1

8. 약국체인 CVS, 건강보험사 애트나 인수…“아마존 대응 전략“

미국의 대형 약국체인 CVS헬스는 건강보험회사 애트나를 690억달러(약 75조원)에 인수했다. 올해 미국 내 기업 M&A에서 규모 면으로 가장 큰 거래 중 하나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거래에 대해 “대형 약국과 건강보험회사가 한 지붕 밑에서 서비스를 하게 됐다”며 “미국의 의료환경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CVS는 미국 최대 약국 체인이며 애트나는 3위 규모의 건강보험 사업자다. 양사의 연 매출은 각각 1780억 달러, 630억 달러 정도다. CVS는 1만 개에 달하는 약국 매장을 통해 약 2220만 명의 애트나 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CVS의 애트나 인수의 배경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의약품 시장 진출로 인한 제약업계의 위기감이 자리한다. 아마존은 최근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온라인 판매 허가를 받는 등 기존 의약품유통시장을 뒤흔들 준비를 마쳤다.

중국 베이징의 한 차이나유니콤 매장 앞을 한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9. 中 국유기업 개혁 시작…차이나유니콤 혼합소유제 1호 선정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 작업 중 하나인 혼합소유제도 일종의 M&A다. 정부 소유의 기업 지분 일부가 민간에 매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기업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유력 통신사 가운데 하나인 차이나 유니콤은 혼합소유제 1호 기업으로 선정됐다. 중국 IT 대표 주자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차이나유니콤 혼합소유제에 참여했다. 이들 기업은 차이나유니콤 지분 35%를 117억달러(약 13조2700억원)에 사들였다.

차이나유니콤의 혼합소유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됨에 따라 앞으로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중국 HNA그룹 건물. /AFPBBNews=뉴스1

10. 글로벌 큰손 中 HNA그룹 휘청…문어발식 확장에 급제동

중국의 HNA(하이난항공) 그룹은 올해 중국 자본의 해외 자산 인수 위축을 상징한다. 문어발식으로 몸집을 불리던 중국 HNA(하이난항공) 그룹이 유동성 부담을 이기지 못해 최근 60억달러(약 6조4600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 재매각을 추진 중이다.

WSJ에 따르면 HNA그룹은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등에 위치한 해외 상업 부동산 20여개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HNA가 지난해 말 사들인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 시티센터빌딩과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리조트 등이 포함됐다. 2015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400억달러 이상을 끌어모아 무리한 투자에 나섰던 부작용이다.

과도한 투자는 부채 급증으로 이어졌다. 현재 HNA그룹의 부채 규모는 1000억달러 이상이다. 부채의 4분의 1은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채권으로, 중국 정부가 부채 비율 축소를 위해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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