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중구 명동에는 성탄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명동의 상징으로 꼽히는 명동성당에도 미사에 참석하기 위한 교인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교인들은 서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며 인사를 나누고 한켠에 마련된 성모상 앞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에 감사하며 경건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성당 앞에 마련된 아기예수의 탄생 장면을 묘사한 조형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며 즐거워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성탄절을 맞이한 아르헨티나 교민 분더 강씨(80)와 비비안나 최씨(80·여) 부부도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명동성당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에서 오랜만에 보내는 성탄절이라 감회가 새롭다"면서 "날이 좀 춥지만 미사를 드리고 근방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성탄절을 보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남편과 함께 명동성당을 찾은 이모씨(33·여)는 "어제는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려 외출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춥긴해도 날씨가 갰다"며 "명동성당의 성탄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한시간 넘는 거리를 달려 왔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미국인 로버트씨(44)는 연말을 맞아 한국을 관광하던 중 명동성당을 찾았다. 그는 "한국에서 유명한 장소라고 해서 방문했다"면서 "명동성당에 오니 익숙한 고향 풍경을 볼 수 있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마찬가지로 관광을 왔다가 명동성당을 찾은 중국인 허유에(27·여)씨는 "중국에는 교회가 없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좀 덜하다"면서 "관광책자를 보고 방문했는데 신자들이 진지해보여 좋은 경험인 것 같다"며 방문 소감을 전했다.
거리에도 성탄 분위기가 가득했다. 명동 거리에 늘어선 상점에서는 저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왔다.
서울은 이날 기온이 하루종일 영하권이었지만 명동을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목도리·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채 성탄절을 즐겼다.
남자친구와 명동을 찾은 최모양(19·여)은 "지난달 수능을 마치고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아침부터 명동에 왔다"며 "쇼핑을 하고 같이 맛있는 닭갈비를 먹을 계획"이라며 웃었다.
이날 오후 찾은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도 성탄절을 즐기는 시민들로 붐볐다. 쇼핑몰 내 매장에는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 연인의 손을 잡고 성탄절을 즐기러 나온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쇼핑몰 앞에는 갖가지 색의 방울과 전구들로 장식된 대형 트리가 한껏 달아오른 성탄절 분위기를 자아냈다. 트리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다양한 포즈로 사진촬영을 하며 성탄절을 기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사를 하려는 손님들이 몰리면서 쇼핑몰 내 일부 식당들은 40분 이상 대기시간이 길어지기도 했다. 각종 매장, 카페 등에도 자리가 없어 방문객들은 문앞에서 다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타임스퀘어를 찾은 오모씨(33)는 "영화를 보고 나와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카페가 꽉 차서 어디로 가야 할 지 고민이 된다"면서 "크리스마스라 어딜가든 사람이 많으니 섣불리 이동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아이들 손을 잡고 쇼핑몰을 찾은 김모씨(36·여)씨는 "사람이 많아서 앉아 있을 곳도 없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니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며 "이런 날 집에만 있기엔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나왔는데 내가 더 지치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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