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 신동빈 롯데 회장… 계열사 지원 '무죄'가 결정적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 2017.12.22 17:17

[the L] 법원, 경영상 판단 인정… "롯데피에스넷 불법지원 아니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명예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 경영비리 혐의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신 명예회장에게 징역 4년 벌금 35억 원의 판결을 내렸다. /사진=뉴스1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이미 구속돼 있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제외하곤 모두 구속을 피했다.

'경영비리' 혐의로 14개월여간 재판을 받아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실형을 면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역시 실형이 선고됐지만 재판부는 건강상의 이유로 형이 확정되지 전까지 구속은 하지 않기로 했다. 범죄금액만 3000억원에 이른다며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법원이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선고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게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총괄회장에게는 징역 4년과 벌금 35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고령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의 딸 신 이사장은 징역 2년을,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재판을 받아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과 소진세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도 전원 무죄 선고를 받았다. 다만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는 롯데시네마 매장 운영권을 신 이사장과 서씨 등에게 넘기는 과정에 가담한 혐의에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개월형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신동빈 롯데피에스넷 지원, 경영상 판단"

재판부는 신 회장에 대해 "신 총괄회장을 보좌해 계열사를 총괄하는 지위에서 지시가 그릇된 것을 알면서도 가담했다"며 "다만 아버지의 지위에 따른 역할을 무시하기 어렵고 실제 얻은 경제적 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간접적 이익을 얻었는지도 분명치 않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신 회장의 혐의는 크게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급여지급 횡령 △롯데피에스넷 불법지원 등이다. 이 가운데 핵심 혐의에 해당하는 롯데피에스넷 불법지원 혐의에 대해 무죄가 인정된 것이 실형을 피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신 회장은 롯데피에스넷 ATM기를 구입하면서 아무 역할이 없는 롯데기공을 끼워넣어 39억원의 업무상배임을 저지르고, 문제가 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계열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롯데피에스넷 주식을 92억원에 사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 계열사에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지시해 340억원의 업무상배임을 저질렀다는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책임 추궁과 후계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한 신 회장이 자신의 경영실패를 감추기 위해 이같이 계열사 자금을 무단으로 끌어와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투자하도록 해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업무위배 사정이나 회사가 재산상 손해를 봤다는 사정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신 회장이 최고경영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영상 판단에 따른 행위라고 인정했다.


◇"신동주·신동빈 급여지급 정당… 서미경 급여지급 부당"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지시를 받고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가족들에게 수백억원대의 급여를 지급하도록 해 509억원이 이르는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판단이 갈렸다. 법원은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받은 급여는 정당하다고 판단했지만 서씨 등이 받은 급여는 횡령이 맞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을 보좌해 그룹을 위한 임무와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이 내부 절차를 거쳐 이사로 전입하고 급여를 준 것을 업무상 횡령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씨와 서씨의 딸이 받은 급여에 대해서는 "롯데건설 세무조사 결과 (서씨 모녀에 대한 급여가) 부당지급이 문제됐는데도 문제가 반복 제기됐다"며 "실제 근무하지 않은 자에게 급여는 주는 것이 횡령인 것은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신 회장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룹내 지위 등을 종합해보면 이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신 총괄회장과 함께 횡령을 저지른 공범으로 인정했다.

신 이사장과 서씨에게 롯데시네마 매장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는 유죄 판단했다. 법원은 "신 총괄회장이 임대를 직접 지시하고 신 회장은 이를 실행하도록 했다. 신 회장은 (매장 임대가) 부적절한 것도 인정했다"며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신 총괄회장이 이 신 이사장과 서씨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주면서 각각 560억원, 298억원의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법원은 2003년 신 총괄회장이 차명주식을 신 이사장에게 준 것은 인정했지만 공소시효 10년을 넘겨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서씨에 대해서는 국내 거주자가 아니기때문에 세금을 낼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형 로펌의 한 기업전문 변호사는 "최근 배임죄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추세"라며 "이번에도 재판부가 배임죄 해당 여부를 엄격히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 집행유예는 징역형의 1.5~2배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부가 관대한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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