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서울의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해방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묘지들은 대부분 도시 바깥으로 이전됐다. 이후 혐오시설이라는 낙인이 찍혀 도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용산참사는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났지만 희생자 추모비는 경기 외곽의 공원에 세워졌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금기시하고 묘지를 멀리하며 역사 속 상실의 기억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을 지적한다. 죽음이 왜 떨쳐버릴 기억이자 침묵해야 할 주제인지 묻는다. 릴케의 말처럼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측면이라는 점,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로 이어지며 공존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공존을 외면하거나 어색해 하지 않아야 진짜 삶을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과 경계가 없는 묘지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관조할 수 있는 타인의 죽음을 경험하며 죽음과의 대화법을 터득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 적당한 거리의 죽음 = 기세호 지음. 스리체어스 펴냄. 120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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