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법정서 짜증폭발…"말 공부 좀 하고 나오든가"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17.12.20 15:22

[the L]

최순실씨./ 사진=뉴스1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씨(61)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재판에 나와 정유라씨(21) 승마지원과 뇌물 혐의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코웃음을 치거나 짜증을 내는 등 불만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최씨는 20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수뇌부들의 뇌물 사건 재판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오전 증인신문에서 특검은 최씨를 상대로 지난해 초 삼성에서 마필 '비타나'와 '라우싱'을 구입한 경위를 추궁했다.

특검에 따르면 삼성은 2015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마필 '카푸치노' 매입을 논의했다. 카푸치노는 독일에서 정씨의 승마훈련을 도왔던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최씨에게 추천했던 말이다. 박 전 전무는 2015년 12월 최씨와 사이가 틀어져 귀국했고 카푸치노 매입도 무산됐다. 이후 삼성은 다른 마필인 '비타나'와 '라우싱'을 총 200만 유로에 구입했다. 정씨가 두 마필을 직접 시승한 뒤 구매가 결정됐다고 한다.

특검은 최씨가 삼성과 접촉하면서 이 같은 말 구매 과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본다. 그 근거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 최씨 사이의 통화기록을 들고 있다.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는 정씨 승마지원과 관련해 최씨와 직접 접촉했던 삼성 쪽 인사들이다.

지난해 1월11일 오후 2시37분 황 전 전무는 박 전 사장에게 "사장님 그랑프리급 세금 포함 170만 유로 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문자를 박 전 사장에게 보냈고 박 전 사장은 "오케이"라고 답장했다. 최씨는 같은날 오후 2시35~46분까찌 황 전 전무와 5회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또 오후 4시48분 황 전 전무와 154초간 통화하기도 했다. 특검은 시기상으로 볼 때 최씨가 황 전 전무를 통해 카푸치노 구매를 요청했고 박 전 사장이 이를 승인하는 취지의 대화가 오고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이 이 같은 증거를 토대로 "전부터 그랑프리급 마필을 구입해주기로 (삼성과) 얘기가 돼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자 최씨는 "카푸치노는 그랑프리급 말이 아니었다. 독일 한 번 갔다 오든가, 말을 좀 연구한 검사님들이 나오시든가 돈 갖고 밀어부치니까 이해가 안 된다"고 코웃음을 쳤다. 최씨는 "액수로 그랑프리급 말로 환산하는 게 아니라, 족보가 어디인가에 따라 말값이 환산되는 것"이라며 "검찰에서 계속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제가 동의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특검에서 "비타나, 라우싱 구매계약 체결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최씨는 "제 딸 말도 이름을 기억 못 할 정도로 저는 말에 대해 인식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럼 비타나와 라우싱은 왜 타봤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최씨는 재판부를 향해 "삼성의 (승마지원) 로드맵에 의해 진행된 건데 검찰은 (정)유라 위주로…"라며 질문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최씨는 자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대기업 총수들과의 독대 일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특검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최씨 집에서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들 간의 단독면담 일정표를 봤다"고 한 장시호씨(38)의 증언을 제시하면서 "이 같은 일정표를 집에서 보관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최씨는 "그건 장시호의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의 너무 심한 사례"라며 "그런 일정 받은 적 없다"고 했다. 또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자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대화한 사실이 있느냐"는 물음에 최씨는 "증거 있느냐. 아까도 없다고 했는데 자꾸 물어보신다"고 짜증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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