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뜨고 강남 지고"…희비 엇갈린 서울 상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17.12.23 05:00

[생생부동산]종로 상권, 개성있는 골목으로 인기몰이…높은 임대료+사드 타격에 휘청인 강남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거리 곳곳에 '임대' 딱지를 붙인 빈 점포가 눈에 띄었다. 강남 상권은 최근 급격한 임대료 상승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지난 16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의 좁은 골목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핫'한 맛집이나 카페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유명한 맛집 앞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줄을 지었다. 좁고 허름한 골목의 낡은 한옥을 리모델링한 개성있는 가게들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어느새 익선동은 서울에서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반면 같은 시각 강남구 압구정로데오거리는 토요일 점심시간임에도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거리에는 '임대' 딱지를 붙인 빈 점포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서울의 대표 상권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였다. 최근 급격한 임대료 상승과 함께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상인들이 이중고를 겪으면서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서울의 상권 지형도는 한 마디로 '강남의 침체와 종로의 부활'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압구정로데오, 신사동 가로수길 등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군림하던 강남 상권은 올해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익선동처럼 특색있는 점포와 개성있는 분위기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종로 일대는 '서울의 중심'이었던 과거 명성을 되찾은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내년에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강남은 최근 한중관계 개선 무드로 다시 반전을 꾀하고 있으나 종로는 여느 다른 신흥 상권과 마찬가지로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우려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확산되는 빠른 유행 변화로 상권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내년에도 상권별 변화폭이 상당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유명 프랜차이즈로 뜬 강남…높은 임대료·사드 폭풍에 '주춤'

강남 상권은 지난해 쉐이크쉑 등 글로벌 푸드 체인과 각종 유명 스포츠 의류 브랜드, 온라인 캐릭터 브랜드샵 등이 입점하면서 큰 호황을 맞았다. 브랜드샵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큰 요소로 작용했다.

잘나가던 강남 상권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고가의 임대료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상권 중에서도 강남역 상권의 2015년 4분기 월임대료는 1㎡당 4만6700원으로 2015년 3분기보다 35% 상승했다. 1분기만에 급등한 임대료는 2016년 내내 이어졌고 고가의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소규모 점포들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폐업하는 가게들이 늘면서 임대료도 자연스럽게 조정됐다. 올 3분기 강남역 상권의 월임대료는 1㎡당 평균 3만9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4만6300원)보다 15.8% 하락한 수준이다.

압구정 상권과 신사역 상권은 지난해에도, 올해도 썩 좋지 못했다. 압구정로데오 거리와 가로수길로 대표되는 두 상권은 지난 수년간 서울의 핫 플레이스로 유명했지만 이곳 역시 고가 임대료의 압박을 피해갈 순 없었다.

신사역 상권의 월임대료는 지난해 3분기 1㎡당 평균 5만2100원으로 같은 기간 강남역 상권보다 12.5% 높았다. 그러나 이후 4분기 연속 하락해 지난 3분기에는 전년 동기대비 23.2% 떨어진 1㎡당 평균 4만원을 기록했다. 압구정 상권 역시 1㎡당 평균 4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9% 하락했다.

강남 상권 침체에 기름을 부은 것은 사드였다. 국내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중국 여행사의 한국행 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던 강남 일대는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었다.

압구정로데오 거리의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올해 압구정로데오나 가로수길 상가 임대료는 전반적으로 10~30%씩 하락했다"며 "권리금도 예전엔 1억원 안팎이었는데 지금은 무권리금 점포가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의 한 유명 식당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익선동은 최근 2~3년 간 낡은 한옥을 리모델링한 개성있는 점포들이 늘면서 SNS를 중심으로 서울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부각하고 있다.
◇SNS 유행 타고 익선동 高高…종각·종로5가도 덩달아 부각

강남 상권이 부진할 동안 종로 상권이 치고 올라왔다. 종각-종로3가-종로5가로 이어지는 종로 상권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화려한 고층 빌딩은 강남보단 적지만 신구가 조화된 독특한 느낌의 거리와 개성있는 상가들이 SNS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유입인구도 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곳은 익선동 한옥마을이다. 익선동은 2~3년 전만해도 낡은 한옥과 허름한 식당이 자리한 그저 그런 서울의 구도심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14년부터 한옥의 느낌을 살려 리모델링한 식당과 카페, 부띠끄샵 등이 들어서면서 골목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2030 사이에서 익선동은 어느새 '인증샷'을 남겨야 할 명소가 됐다.

익선동을 포함한 종로3가 상권의 임대료는 지난 3분기 기준 1㎡당 평균 3만33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6%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익선동 한옥마을이 아닌 그 주변 소규모 점포의 임대 매물이 거래된 영향으로 실제 종로3가 상권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 공인중개소들에 따르면 최근 익선동은 임대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종로3가 인근 종로5가와 종각의 경우 지난 3분기 평균 임대료는 1㎡당 각각 3만3000원, 5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8.6%, 20.4% 올랐다. 김민영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익선동 등 종로3가 일대는 표본이 적어 정확한 임대료 산출은 어렵지만 매물 품귀로 호가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종각과 종로5가는 역세권과 대로변의 고가 임대 매물이 나오면서 시세가 오른 경우"라고 설명했다.

◇내년엔 강남 부활? "특색있는 상권이 뜬다"

내년 서울의 상권 지형도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우선 강남 상권은 내년에 반전을 노린다. 한중 화해 분위기로 중국인 단체관광이 재개됐고, 임대료는 소규모 점포도 어느정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렸기 때문이다.

신사동의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강남이 예전같지 않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많기로 손꼽히는 곳"이라며 "압구정로데오 거리의 33㎡ 가게 월임대료가 약 150만원 수준으로 소규모 카페 등 창업문의가 종종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임대료가 올랐던 종로 일대는 이제 역으로 고가 임대료 부담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지역 공인중개소 등에 따르면 종각역이나 종로5가역 일대 상권은 거래 가능여부와 상관 없이 건물주들이 높은 임대료를 제시해 새 임차상인을 모집하기 쉽지 않다.

최근에는 SNS가 상권 흥행에 큰 영향력을 발휘함에 따라 다른 상권과 차별화한 특색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곳들이 내년에 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민영 연구원은 "강남이 몰락한 이유 중 하나는 획일화한 프랜차이즈가 거리를 장악하면서 사람들을 유인할 만한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라며 "개성있는 상권이 내년에도 살아남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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