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차기 금투협회장 선거에 바란다

머니투데이 송기용 증권부장 | 2017.12.18 04:18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증권업계에게 아주 따뜻했던 한 해로 기억될 같다. 코스피, 코스닥 모두 20% 이상 상승해 10년 박스권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지긋지긋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딱지를 시원하게 떼어버렸다는 점에서 대세상승장의 출발점이었던 2005년 만큼이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런 2017년을 열흘 남짓 남겨둔 증권업계의 최대 이슈는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다. '결이 다르다'는 말로 황영기 회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후 차기를 노리는 인사들의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면면도 화려하다. 2000년대 중반, 대우증권 사장 재직 당시 주식명가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중소증권사인 키움증권을 10대 증권사로 끌어올린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등 현역 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NH농협증권·KB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한 정회동, PCA자산운용 대표, 우리투자증권 사
장을 거친 황성호 등 OB 인사들도 나섰다.

각 진영이 지지표를 점검하느라 시끌벅적한 가운데 증권업계는 불출마 선언한 황 회장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 증권사 사장은 "과거 증권업협회장까지 포함해 많은 분들이 협회를 거쳐 갔지만 '투 황'이 최고였다는 게 다수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초대 금투협회장으로 자본시장법 제정을 주도한 황건호 전 회장과 초대형IB 인가에 공을 세운 황영기 회장의 공로를 인정하는 발언이다. 특히 자신들의 사업영역을 침범한다며 초대형IB 사업을 강하게 저지했던 은행권과의 충돌을 피하지 않았던 '검투사' 황 회장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느껴졌다.

이와 관련, 큰 짐을 짊어져야 할 차기 협회장은 제대로 된 인사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초대형IB 핵심인 발행어음 업무 인가 과정에서 증권업계는 은행권과 현격한 힘의 격차를 확인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 게 어떻다는 점을 절감했다. 샘이 말라가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서 벗어나 증권사들의 로망인 글로벌 IB(투자은행)로 가는 험한 길에 궂은 일을 마다치 않을 인사를 뽑아야 한다. 금융권 협회 중 은행연합회에 이어 '넘버2'로 꼽히는 금투협회장의 감투와 5억원의 연봉만 염두에 둔 인사를 배척해야 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라는 격변기에 대응할 인사이트(통찰력)를 갖고 있느냐도 중요한 인선 포인트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자본시장 침공(?)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에 국내에서만 80조원 가량의 가상화폐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는 코스닥시장의 올해 월평균 거래대금인 68조7096억원을 크게 웃돈다.

비트코인 광풍이 20·30대는 물론 노년층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거세게 불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찾는 코스닥 시장이 가상화폐에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본시장의 고정관념이 뿌리채 흔들리는 격변기를 맞아 차기 협회장은 가상화폐를 증권업계 제도권 내로 어떻게 끌어들일지,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에 대한 해답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이처럼 중책을 맡아야 할 차기 금투협회장 선거에서 선행돼야 할 것은 정부 개입 금지다. 낙하산 인사가 당국 혹은 고위층 인사 줄을 타고 내려와서는 안 된다. 새 정부 들어 이뤄진 일부 금융권 인사에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에 과도한 기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고위층과 인연있는 일부 인사들의 출마를 점치기도 한다. 능력과 비젼이 있다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다만 누군가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차지해 많은 사람들의 생산적인 논의를 무너뜨려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현 정부가 비판하는 '적폐' 그 자체일 것이다. 다음 달 금투협회장 선거가 잘 마무리돼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 첫 출발의 단추가 잘 꿰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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