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에 발목 잡힌 조선사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7.12.15 05:30

내년 최저시급 상승으로 수백억원대 부담 발생 우려...사측 상여금 매달 분할 지급안에 노조는 반발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일감 절벽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기에 바쁜 조선사들이 이번엔 최저임금법에 발목이 잡혔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올해보다 16.4% 인상되는데 입사 초년생들이 대거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여서다.

사측은 올해 임금협상에서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상여금을 매달 분할해 지급하는 방식을 제안했고, 노조는 '입맛대로 임금을 껴맞춘다'며 반발하고 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지난해와 올해 2년치 임금협상을 재개한 현대중공업은 기존 상여금 800% 중 일부를 기본급화해 매달 분할 지급하는 방안을 노조측에 제시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짝수달에 100%씩 총 600%, 연말에 100%, 설·추석 등 명절 상여금 100% 등 총 연간 800%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중 짝수달에 한번씩 100% 지급하는 상여금을 매달 50%씩 쪼개서 주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1060원 상승하는데 현행법대로라면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연차가 높지 않은 근로자들의 월급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윗단에 있는 고참 직원들까지 임금 역전 현상을 우려해 형평성에 맞는 급여 상승을 요구할 경우 임금 인상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적용해 임금을 올리면 최소 수십억원의 인건비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며 "다른 근로자들까지 계단식 임금 상승을 요구할 경우 기업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수백억원대까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정비 절감 등 생존의 싸움을 하는 조선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노조는 상여금 분할 지급의 경우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려는 회사의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노사는 최저임금 협상을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 이미 2년치 임금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일단 연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커지고 있어 대립이 첨예한 사안은 내년에 협상을 재개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2년치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들어 노사가 참여하는 최저임금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상여금 지급 방식 등을 놓고 논의를 시작했다.

현재 노조가 임금동결 및 내년 임금 10% 반납을 제시한 사측의 결정에 반발해 임금 3.8% 인상안을 고집하자 당장 해결은 어렵다고 보고 같이 논의하는 것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상여금 매달 분할 지급 외에도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상여금 분할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회사 입장에서 추가 임금 상승의 압박을 피하고, 규제의 덫도 벗어나는 방법은 상여금 분할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통상임금이나 기본급이나 똑같은 비용으로 계산하는데 최저임금법에선 통상임금이 아닌 기본급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이 기준에 맞게 노사 합의를 다시 해야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더 든다"며 "합의마저도 노조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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