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960원'…엔低에 수출기업 시름 커진다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 2017.12.14 04:31

원/엔 환율 2년 만에 최저 수준…수출경쟁력 악화·일본 기업과 기술 격차 확대 가능성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외환출납관계자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원/엔 환율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100엔당 1000원 수준은 깨진 지 오래고, 지난 12일엔 장중 한때 100엔당 950원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국내 경기 호조와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화는 상대적 강세, 엔화는 아베노믹스 지속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감소와 여행수지 악화 등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10월20일 100엔당 999.25원으로 약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0원선이 깨졌다.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이달 들어서는 960~970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 달 반 사이 40원 가량 하락한 것이다. 지난 11일에는 100엔당 962.29원으로 2015년 12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엔 환율의 하락세는 원고(원화 강세)와 엔저(엔화 약세)가 맞물린 결과다. 주춤하던 엔저 기조는 10월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압승한 후 아베노믹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며 다시 가속화됐다. 9월초 107엔대까지 내렸던 엔/달러 환율은 10월 이후 111~114엔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반면 원화 가치는 강세를 보이면서 엔/원 환율을 끌어내렸다. 9월중 1149.1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국내 경제지표 호조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에 가파르게 하락하며 지난달 29일 1076.8원까지 내렸다. 이달 들어서도 1080~1090원대에서 등락중이다.

내년 중 한은은 추가 금리인상을, 일본은행은 양적완화 지속을 예고하면서 당분간 원/엔 환율의 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도 우려된다. 특히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조선 등 주력 수출 업종을 중심으로 라이벌 일본 업체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뒤처지고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국내 제조업 기업들은 일본 기업과 가장 치열하게 경쟁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2015년 기준 수출경합도는 58.8포인트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수출 경합도가 높다는 것은 수출품목의 구조가 비슷하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원/달러 환율보다 원/엔 환율 하락에 더 민감한 이유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보다는 감소했다”면서도 “원화 절상 추세가 장기화되면 환율의 수출 가격 전가가 확대돼 일본, 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업종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내년 엔/원 환율을 100엔당 평균 978원으로 전망하면서 “엔저 현상이 내년 현대·기아차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엔저로 일본 업체는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이 높아지고 특히 중국시장에서 일본 업체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더 큰 걱정은 벌어지는 기술력 격차다. 일본 기업들이 엔저 기간 동안 연구개발(R&D)과 해외 투자를 늘리며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결과 양국 기업간의 근본적인 경쟁력 차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엔저 흐름은 뒤집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등 차세대 산업 분야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엔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 여행수지 악화로 인한 경상수지 손실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9월중 한국인 일본 관광객 수는 전년동기 대비 40.3% 증가한 반면 1~10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엔화 값이 싸진 만큼 여행 경비 부담이 줄자 한국인 관광객들은 일본으로 몰리고, 반대로 일본인 관광객들은 여행지로 한국을 피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최근 내국인 해외여행 증가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수 감소로 적자폭이 커진 여행수지의 추가 악화는 불가피하다. 여행수지 적자 확대 영향으로 10월 서비스수지는 통계 집계 후 37년 만에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은 벌어들이는 관광수입이 쏠쏠하다. 1~9월중 일본 내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규모는 3조2761억엔으로 반도체(2조9000억엔), 철강제품(2조4000억엔) 등의 수출 규모를 뛰어넘었다. 관광수입 만으로 반도체나 철강을 수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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