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드는 일은 제 어릴 적 '로망'이기도 했죠. 아이들을 대상으로 목공수업을 하며 대화를 하다 보니 요즘 아이들도 그런 꿈이 있더라고요. 집도 만들 수 있느냐는 아이들에게 답해주고 싶었고 트리하우스(나무집·살아있는 나무를 중심으로 나무로 만든 일종의 놀이공간)를 만들게 됐어요."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이용선씨가 처음부터 목공 선생님이었던 건 아니다. 삼성중공업에서 현장 업무를 맡아 약 12년을 일했다. 직장에서도 인정받아 남들보다 빠른 승진을 눈앞에 둔 대기업 과장이었다. 그런 이씨가 회사를 떠나 2003년 경북 상주로 내려온 결정적 계기는 아이들이었다.
이씨는 "매일 같이 야근했고 돈을 많이 벌더라도 두 아들을 볼 시간이 없었다"며 "어느 날 아내가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데 그렇다고 답을 못했다"고 회상했다.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여 귀촌을 결심한 순간이었다.
상주로 내려온 두 부부는 직접 살 집도 지었다. 아내 백승희씨(53)도 건축전공자로 설계일을 했던 터라 가능했다. 그러던 중 건축가 부부는 큰아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처음 목공수업을 하게 됐다. 방과후수업 교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학교의 애로사항을 듣고 이씨가 나섰다.
"12년 전이었어요. 아이 학교에 무료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죠. 지금은 근처 7개 학교에서 수업하고 비정기적으로도 여러 곳에서 의뢰를 받아 일합니다."
목공수업에서는 보통 탁자, 의자, 책꽂이 등 생활에 필요한 가구를 기본적인 도구를 이용해 만든다. 목공에 점점 관심이 높아진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니 놀이 공간인 트리하우스 제작까지 이어졌다. 큰아들 학교인 경북 상주 송계분교를 시작으로 근처 남부초등학교, 백원초등학교 등에도 트리하우스를 제작했다.
올해 들어 이씨가 아이들과 만든 트리하우스만 상주 내서중학교 등 3곳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시범사업을 한 '아이들이 놀러 오는 놀이터 만들기'에도 자문 역할을 맡았다. 이미 두 학교에 트리하우스 만드는 것을 도왔고 내년에도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이씨는 놀이와 같은 목공수업 과정에서 아이들의 자율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놀이 활동에 자율성을 강조하듯이 목공도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직접 생각하고 정해서 만들도록 이끄는 방향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씨는 "(전문가 제품처럼) 예쁘지도 정교하지도 않지만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아이와 아닌 아이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직접 만들면서 아이들이 느낀 성취감이 성장에 발판이 된다는 얘기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본인도 행복해졌다는 이씨는 "어른들이 아이와 '놀아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함께 논다'고 생각해야 아이들과 오래 같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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