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우주센터 견학후기] 영원을 말하려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선호 작가  | 2017.12.13 07:00

<기행문②>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 ‘라디오 장례식’ 김선호 작가

우리는 그날 밤 맥락 없음에 관해 이야기했다. 만약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그 농담에 웃으며 동의했을 것이다. 아니, 그 무수한 별들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밤하늘에 무수히 박힌 별들을 보자 오늘 하루의 일들이 하나의 맥락 안에 모여들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그냥 어느 한적한 시골에서 별을 본 것과는 분명 다른 감상이었다. 나로 우주센터에서 정교한 발사체와 연구원분들의 노고를 본 뒤에 올려다본 별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SF가 과학과 문학이 만난 것이라면, 그날의 밤이야말로 과학과 문학이 만난 순간은 아니었을까. 난 소설은 밤하늘의 별과 같다는 어느 소설가의 말을 동경해왔다. 영원히 계속 읽힐 것만 같은 명작들을 동경했다. 당연하게도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고 무의식중에 꿈꾸고 있었다. 이를테면 내가 지금 쓰는 소설들은 그런 별처럼 빛나는 소설들에 닿으려고 뻗는 손과 다름 없다.

우주로 무언가를 쏘아 올리려고 했던 과학자들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쌓아온 과학과 기술을 집대성해 발사체를 만들었고 달로 쏘아 올렸다. 그런 과학의 결정체는 발전을 거듭해 이어졌고, 그중 하나가 눈앞에 있었다.


발사체의 많은 부품 중에서도 단 일부분만 보았을 뿐이었지만, 그 정교함은 글로 다 적을 수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주를 향해 손을 뻗은, 뻗어온 과학자들의 손이 보이는 듯했다는 것이다. 그들도 분명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우주로 나아갈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밤하늘의 별이 되고자 하는 것, 혹은 그 별빛에 닿으려고 하는 것. 우리는 영원에 닿으려는, 영원을 말하려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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